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

보이지 않는 성장은 결국 드러난다

by 봄울

집으로 돌아간 날,

나는 조심스러웠다.
어떻게 다시 아이들을 마주해야 할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차마 정해지지 않았다.

첫째 아이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요.”


그 말은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랑의 울음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 시간 동안
그 아이도 매일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그런데
내 마음을 완전히 무너뜨린 건
첫째가 아니라
둘째였다.


둘째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말을 못 하는 것인지
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그 아이는
늘 시크한 표정으로
할머니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첫째 아이의 울음과 요구와 두려움에
먼저 마음을 쏟아야 했기 때문에
둘째 아이의 침묵 속의 외로움을
충분히 볼 수 없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간 첫날밤,

둘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없이 나를 방으로 데려갔다.


그 작은 손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사랑이었다.

그 손은 말하고 있었다.


“엄마, 나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순간,
나는 천천히 무너졌다.

눈물이 아니라
가슴이 먼저 울었다.


둘째 아이의 사랑은
울부짖는 사랑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랑이었다.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재촉하지도 않는
아주 깊고
아주 오래된 사랑.


나는 그날 밤
오른쪽에는 딸을,
왼쪽에는 아들을 두고
조용히 아이들의 몸을 토닥이며 잠들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예배였다.


말이 필요 없는
기도 같은 순간.

그날,
나는 내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을
다시 되찾았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은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사실
아이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은
누구에게 더 많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여전히 열려 있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우리를 다시 가족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사람은 느리게 자란다.
사랑은 더 느리게 자란다.
하지만 결국 자란다.


부서지고,
흩어지고,
돌아오고,
다시 만나고,
숨을 고르고,
손을 잡고,
같은 이불속에서 잠들고.

그렇게
가족은 다시 만들어진다.


우리는 다시 서로의 품으로 돌아왔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