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찐 살을 빼야, 몸의 찐 살도 빠진다.

7화. 나는 돼지가 아니야, 사람이다

by 봄울

어릴 적부터 내 별명은 ‘돼지’였다.

처음엔 장난처럼 들렸지만, 어느새 내 이름보다 익숙한 호칭이 되었다.

가족들이 웃으며 부를 때마다 웃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작게 무너졌다.
그 별명은 오랫동안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살이 찌면서 스스로 “역시 나는 돼지야.”라고 생각했고,
살이 빠져도 “그래도 돼지는 돼지잖아.”라고 되뇌었다.


몸이 바뀌어도 마음속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돼지’의 하드웨어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거울 앞에서 숨이 차도록 운동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미워했을까?”


땀에 젖은 내 몸은,
누군가가 비웃을 ‘뚱뚱한 몸’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며 살아온 용감한 몸이었다.
출산으로 찢어지고, 상처 난 배에도,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와 운동하던 팔과 다리에도,
모두 ‘살아낸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돼지가 아니었다.
그저 사람이었다.


살이 찌기도 하고, 살이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 단순한 사실이 나를 눈물 나게 했다.

운동을 하며 얻게 된 건 근육보다 존중이었다.

나를 다시 존중하게 된 것.

그건 세상 어떤 칭찬보다,
나를 가장 단단하게 세워주는 힘이었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돼지가 아니야.
나는 나야.
살아있는, 사람.”


나는 몸을 바꾼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눈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