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상처를 기록할 때 일어나는 기적

by 봄울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힘든 일은 잊어버려야지.”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록해야 비로소 사라질 수 있다는 걸.


글을 쓰기 전에는

내 안의 상처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어떤 날은 괜히 서럽고,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는데 눈물이 났다.

그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돌덩이처럼 나를 무겁게 눌렀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 이야기를 써봤다.
내가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순간,
누군가의 말에 깊이 상처받았던 날,
그날의 대화와 표정, 그때의 내 마음까지 그대로 적었다.


처음엔 너무 아팠다.
다시 꺼내는 일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문장 한 문장 쓸수록
그날의 내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땐 정말 힘들었겠구나.”


나는 내 안의 어린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다.

글로 쓰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여전히 그 상처 속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과거를 ‘현재형의 고통’이 아니라
‘과거형의 경험’으로 바꿔준다.


그 차이는 놀라울 만큼 크다.

글을 쓰는 순간,
그 일은 나를 짓누르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든 이야기가 된다.

그건 마치, 흉터가 남았지만
더 이상 피가 나지 않는 상처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제 안다.
글은 치유의 도구다.

누군가의 위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글 속에서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글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 돌아온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당신 글 덕분에 울고, 조금은 괜찮아졌어요.”


그때 알았다.
상처를 기록한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마음까지도 함께 치유하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팠던 날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글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오래된 상처들이
조용히 빛으로 변해간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