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도 하나인 마음

2장. 디아스포라의 탄생 ― 흩어진 사람들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신다

by 봄울

그 시절 나는 늘 슬픔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내 안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가득했고,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을 버티는 일, 살아내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요르단대학교에서 공부하던 한 학생과 대화를 나눴다.
그의 얼굴은 참 밝았다.
그 미소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수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하고 있었다.
그 시절 한국에서는 ‘투잡’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는데,
그는 일터와 학교를 오가며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불평이 없었다.
오히려 평안이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나는 그 여유가, 그 평안이 신기했다.
그의 밝은 얼굴은 내 마음의 어둠에 작은 균열을 냈다.


가이드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시골에서 오신 할머니 권사님 한 분이
내 손에 꼬깃꼬깃 접은 몇 달러를 쥐여주셨다.


“수고 많았어요.”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울렸다.
그 돈을 모아 이라크 난민 사역을 하던 선교사님께 전달했다.
그건 크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누군가를 연결하는 통로로 서 있구나.


그때부터 내 삶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내가 흘려보낸 작은 마음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내가 건넨 미소가 누군가의 하루를 붙잡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까지 내가 상처 많은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이미 쓰고 계셨다.

나는 그분의 손끝에서 흩어져 심긴 작은 연결자였다.

가장 가까이에서 난민들을 보았다.
그들의 아이들은 장난감이 없었고,
어른들은 내일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때로는 그들을 대신해 울었다.
그 일을 하면서도 내가 ‘사역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이 계셨다.


나에게 어려움이 없었다면,
내가 요르단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 덕분에 나는 하나님의 숲에 심긴 작은 나무가 되었다.


나의 가지는 크지 않았지만,
그늘 아래 누군가가 잠시 쉴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살아남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함께 살아내는 존재였다.
하나님은 나의 결핍을 사용하셔서
다른 사람의 삶에 작은 빛을 비추게 하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달라졌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웃을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감사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흩어진 사람들 속에서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일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 일의 한가운데,
내가 있었다.


아주 작고, 아주 부족한 나였지만
그분의 손에 들린 통로로,
그분의 마음을 전하는 연결자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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