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도 하나인 마음

10장. 보이지 않는 공동체의 힘 ― 하나님이 세우신 연대

by 봄울

요르단에서 함께했던 공동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50명 정도,
그 속에는 놀라운 다양함과 따뜻함이 있었다.
유학생, 파송된 선교사, 봉사자, 현지에서 일하는 한인들까지 —


서로 다른 배경과 이유로 이 땅에 왔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흩어진 사람들,
디아스포라였다.


그중에서도 선교사의 비중이 높았다.

이라크 난민을 돕는 사역,
팔레스타인 어린이 교육,
아랍 여성들을 위한 손공예 수업,
태권도를 통해 규율과 자신감을 가르치는 일까지.
우리의 공동체는 보이지 않는 손길로 곳곳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 선교사는 말하곤 했다.


“아랍 여성들은 집과 가까운 곳에도 소풍을 가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느 날, 공동체는 그들을 위한 ‘첫 소풍’을 준비했다.
도시 밖의 언덕 위,
하늘이 시원하게 열린 곳에서
그 아줌마들은 평생 처음으로 돗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열며 웃었다.
그날, 그 웃음은 복음보다 먼저 그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다음에도 또 오면 안 되나요?"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뜻의 다른 언어였다.

또 다른 사역은 손공예 수업이었다.
집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소품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우리 집이 달라졌어요.”


그들이 그렇게 말할 때,
그건 단순히 인테리어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존중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다.


남편들조차 아내들의 자유시간을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건 한 가정이 회복되는 시작이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분쟁과 구조적인 문제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에게는 공부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너도 꿈꿀 수 있다.”


그 말을 건네며 교육을 이어갔다.
한 교사는 태권도를 가르치며 말했다.


“이건 싸우는 법이 아니라, 지키는 법을 배우는 거야.”


아이들은 그 수업에서
처음으로 규칙과 존중, 그리고 희망을 배웠다.

이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보았다.


아랍 현지인들의 눈물과 아픔,
그들의 신념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하나님의 흔적들.
그들을 위로할 때마다

우리 자신도 위로받았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그 공동체 안에서 새롭게 다듬어졌다.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한국 음식의 향으로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감싸주었다.


현지 생활의 어려움,
아랍어의 낯섦,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와 좌절 —
그 모든 걸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로 견뎌냈다.


“우리, 조금이라도 서로의 어깨가 되어줄까?”


그 마음으로 함께 했다.
누군가 울면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누군가 웃으면 같이 웃었다.
그건 거창한 연대가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연결이었다.


이제 돌아보면,
그 공동체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교회’였다.
벽돌 대신 사랑으로 세워졌고,
예배당 대신 삶의 현장에서 예배가 드려졌다.
하나님은 그 가운데 계셨고,
그분은 사람과 사람을 통해
당신의 나라를 만들어가셨다.


보이지 않아도,
이 공동체는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눈에 띄지 않아도,
하나님의 연대는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함께 기도하고,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는 그 모든 순간 속에
하나님은 일하고 계셨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교회를 세우셨다.

그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모여 세상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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