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엄마의 꿈을 묻는 아이

by 봄울

아들의 목욕을 도와주던 어느 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욕실에서

아들이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꿈이 뭐예요?”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그러자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장난스럽게 되받아쳤다.

“베스트… 샐러드?

샌드위치요? 그게 뭐예요?”


욕실이 한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나는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샐러드 아니라구~ 베스트셀러!

책을 가장 많이 판 사람이야.”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엔 또 진지하게 이어 물었다.

“그다음 꿈은요?”

“CEO.”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너의 엄마.”


우리는 이렇게 가끔씩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아들은 늘 똑같이 놀리고,

나는 늘 똑같이 정정해 주고.

어떤 날은 그 장난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


그날도 역시나 아들은

“엄마, 베스트샐러드 작가 되는 거예요?”

라고 비웃으며 나를 자극했다.

그래서 나도 장난으로 말했다.


“엄마가 진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아들의 장난감을 편하게 사줄 수 있을 텐데~?”


그러자 아들이 갑자기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고, 아주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나님, 엄마가 베스트셀러 작가 되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욕실에서 터져 나온 웃음 뒤에

조용한 울림이 남았다.

역시 장난감 앞에서는 신앙도,

집중력도 폭발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아들의 질문이 그냥 아들의 질문 같지 않았다.


마치 하나님이 아이의 입을 빌려

내게 대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너, 진짜 뭐 하고 싶니?'


나는 마음속에서 대답했다.

'작가요.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저 배고픈 예술가가 아니라,

가족을 돌보고,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밝게 만드는

그런 예술가로 살고 싶어요.'


아이의 장난 같은 질문이

어쩌면 내 오래된 소망을 다시 깨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