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수영장 사건
“엄마, 율이가 코코아를 쏟았어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돌린 순간,
둘째 아이는 안방 이불 위로 온몸에
코코아를 뒤집어쓴 채 퐁당 뛰어들고 말았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
그 손을 붙잡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오, 마이 갓.
거실은 온통 코코아 수영장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갈색 웅덩이가 넓게 퍼져 있었고,
둘째 아이의 얼굴, 티셔츠, 바지까지
모두 코코아 범벅이었다.
수다쟁이 첫째는 이 슬픈 소식을
아빠에게도 전파했다.
일단 둘째 아이의 몰골이 처참했기에
시어머니 방으로 데려가 옷을 모두 벗기고
얼굴을 씻겼다.
새 옷으로 갈아입힌 뒤, 코코아로 뒤덮인 바지와 티셔츠는 화장실 한편에 두었다.
그리고 다시, 거실 수습을 위해 집으로 출동.
남편은 이미 걸레를 들고 거실을 닦고 있었다.
“다 나가!!!”
우리는 그대로 다시 시어머니 방으로 피신했다.
밭에 나갔다 돌아오신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머니, 율이 가요…
제가 다이어트하려고 사둔
당분 없는 코코아가 있었는데,
그걸 먹고 싶었는지 뚜껑을 열어서
거실 바닥에 몽땅 쏟았어요.
코코아 수영장을 만들어 놓고는
그 위에서 슬라이딩을 했나 봐요.
그래서 얼굴이랑 옷이 전부 코코아였거든요.
첫째가 그 모습을 보고 저한테 말해줬는데,
그 사이에 안방 이불 위로 몸을 날려서
이불까지 전부 코코아가 묻었어요.
옷 갈아입히고 거실 청소하러 갔더니
아이 아빠가 거실을 닦고 있었는데
다 나가라고 해서 쫓겨났어요.
저는 둘째가 너무 귀여운데…
아빠는 많이 화가 났나 봐요. 호호호..”
그 사이 남편은 거실 청소를 마치고,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돌아와
둘째를 야단치기 시작했다.
“어머니, 거실 상태 좀 보고 올게요.”
나는 급히 자리를 피해 방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거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안방 이불이 코코아로 뒤덮인 사실까지는
아직 몰랐던 것 같다.
남편이 오기 전에 코코아 묻은 곳을 닦고,
빨아야 할 이불을 정리해 보니 네 개.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이불에 오줌을 싸서
2~3일에 한 번씩 이불을 빨았는데…
요즘은 이불에 오줌을 안 싸니까
이불 상태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쾌적한 이불이 필요해서
코코아를 묻혀 준 건가?
나는 혼자 웃었다.
‘그래, 이불 빨 때도 되었지.’
잠시 후 남편은
아이들에게 다그친 게 미안했는지
몸으로 비행기를 태워주고,
당나귀 놀이를 하며 아이들을 달랬다.
잠시 한눈을 팔면 꼭 사고를 치는 딸내미.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긴장해! 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