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이제는
외롭지 않아야 할 것 같고,
혼자 있는 시간이
완전히 편안해져야 할 것 같고,
마음속 빈자리가
말끔히 채워져야 할 것 같다고.
하지만 실제 회복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외로움은
회복 이후에도 남아 있다.
다만, 그 성질이 달라진다.
예전의 외로움이
나를 부정하는 감정이었다면,
지금의 외로움은
나를 설명하는 감정에 가깝다.
외로움이 남아 있다고 해서
회복이 덜 된 것은 아니다.
외로움은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해져도
아무리 나를 잘 돌보게 되어도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지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외로움은
“너는 여전히 연결을 원하는 존재야”라고
조용히 알려준다.
외로움을 없애려고 애쓰면
사람은 다시
아무 관계나 붙잡고 싶어지고,
익숙한 소음 속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외로움을 인정하면
사람은
그 감정과 함께 앉아 있을 수 있게 된다.
외로움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마음이 아직 굳지 않았다는 증거다.
마음이 완전히 굳어버리면
외로움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당신은
아직 누군가를 원하고,
아직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 사실은
당신이 여전히 살아 있고,
회복의 길 위에 있다는 신호다.
외로움이 올라오는 날에는
이렇게 말해도 좋다.
“아, 내가 지금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아, 내 마음이
아직 닫히지 않았구나.”
그렇게 외로움을
쫓아내지 않고
잠시 곁에 두는 연습을 하다 보면
외로움은 더 이상
당신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이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어떤 온도의 연결이 필요한지
조용히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회복은
외로움이 사라지는 상태가 아니라,
외로움과 함께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상태다.
그러니
외로움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