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이비리그를 견디는 사람들

23화. 돌봄이 반복되면, 마음은 나를 믿기 시작한다

by 봄울


처음에는
나를 돌보는 일이 어색하다.


흔들리는 날에 쉬어도 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관대해져도 되는지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래도록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설명하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오늘을 넘기는 법만 배워왔다.


그래서 처음의 돌봄은
위로라기보다
실험에 가깝다.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을까?”
“내가 나를 이렇게 대하면
망가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돌봄이
하루, 이틀,
다시 하루
조용히 반복되기 시작하면
마음은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인다.


불안이 올라오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무너지는 깊이가
조금 얕아지고,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 짧아진다.


그 변화는 작지만
분명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속에
이런 감각이 생긴다.


“아,
내가 나를 함부로 두지 않는 사람이구나.”




이 감각이 바로
내면의 신뢰다.

내면의 신뢰는
자신감과 다르다.


“나는 잘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나는 나를 버리지 않아”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이 생기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흔들려도
끝이라고 느끼지 않고,
실수해도

자기 혐오로 가지 않으며,
아파도
스스로를 적으로 삼지 않는다.


돌봄이 반복되면
마음은 배운다.


이 사람은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구나.
이 사람은
내가 약해질 때
도망가지 않는구나.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알아차린다.


상처 이후의 삶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나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신뢰는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
대신
매일의 선택 속에서
조용히 증명된다.


오늘 조금 쉬게 해준 선택,
오늘 나를 지켜준 판단,
오늘 무리하지 않게 멈춘 용기.


그 모든 것들이 쌓여
마음은 말한다.


“그래,
이 사람이라면
함께 살아도 괜찮겠다.”


그 순간부터
회복은
더 이상 애써 쥐고 가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이미 함께 걷고 있는 삶의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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