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은 그림 속에 있다

나의 어반 스케치 수업

by bona

어반 스케치 수업에서 가끔씩 채색을 하기도 한다. 휴대용 팔레트, 붓을 이용해 펜으로 스케치한 그림 위에 물감을 칠한다. 초등학교 이후로 물감을 사용한 적이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재밌기도 하다.


채색을 할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색을 얼마나 써야 할까이다. 스케치 안의 모든 부분을 칠하고자 다양한 색을 쓰려고 하면 어쩐지 그림이 촌스러워진다. 강사가 보여준 예시 중에서 파란색 물감 하나로 물의 농도에 따라 밝게, 때로는 진하게 칠한 그림이 괜찮아 보였다. 모든 것을 다 칠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살리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를 위해 3~4가지 색을 정해놓고 농도를 다르게 하거나 색을 서로 섞어 표현하기도 한다.


채색할 때 참고하는 색깔표


펜으로 스케치


칠하다보니 색이 많아졌음을 반성하지만 그래도 만족함


사진에서 배에 녹슨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리하다가 물기가 남아있을 때 휴지로 물감을 칠한 부분을 살짝씩 눌러서 녹이 슬어 칠이 벗겨진 것처럼 표현하였다. 이것을 보고 강사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군요!'라고 말한 것을 듣고 내심 뿌듯하기도 하였다. 칭찬받지 않기로 했지만 오는 칭찬을 막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게 수강생들의 그림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드러난다. 내 그림을 보고 강사는 '그림을 보면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일 것 같네요. 정리정돈을 깔끔하게 잘하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배 그림을 그린 후 수강생 그림을 모두 모아서 각자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그림은 없었다. 선의 굵기, 디테일, 배경, 강조하는 부분 등이 모두 달랐다. 스타일이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채기처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내가 세상에 내놓는 문서, 글씨, 그림, 옷차림, 말투, 인스타 문구 등등이 결국 나를 표현하는 증거가 아니겠나. 낭만주의, 입체파, 야수파 등 다양한 미술 사조가 있지만 장르로 뭉뚱그려질 수 없는 작가의 스타일은 그림 속에 고스란히 존재한다.


살면서 '너 자신을 알라'만큼 어려운 말이 있을까. 사춘기를 훌쩍 넘어버린 지금도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여전히 모르고 있는데. 이 말에 조금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나는 내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볼 생각이다. 나도 몰랐던 내가 그림 속에 있을지도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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