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내 몸이 아빠를 무서워하다

나도 모르게 각인된 공포와 두려움

by 윤본아


가족들에게 진심을 담아 속죄한 아빠였다. 비록 흡연을 한 일부의 사실만 시인을 한 부분이 마음이 찝찝했다. 그렇지만 아빠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엄마와 내게 보였다. 죄를 지으면 안 되겠다고 직접 시인한 부분이 있으니 ‘아, 본인이 얼마나 양심적으로 찔리고 힘들었으면 저런 말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빠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은 생각이 많고 복잡했는데, 그래도 두 사람이 이해해준 덕분에 요즘은 회사에서 밥도 많이 먹고 마음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담배도 그날 끊기로 결심했고 다시 금연하고 있으니까, 절대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아빠가 마음을 다잡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빠에 대해 완전하게 의심을 풀진 못했다. 왜냐면 그 동안의 전적이 있지 않은가. 2021년 8월에 건강 검진 결과를 듣고 금연을 한다고 해놓고, 5개월 동안이나 남몰래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고, 방까지 바꿨는데 테이프가 막아둔 곳에서도 실내 흡연을 하고도 오히려 내게 화를 냈다.


무엇보다 내가 담배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데 시큰둥했고, 오히려 바깥에서 향수까지 뿌리고 와서 담배 냄새를 감추고, 흡연했냐고 물어보면 안 했다고 우기면서 계속 화가 난 상태를 유지해 집안 분위기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는 했다. 2022년 1월에 실내 흡연을 확인하고 2022년 4월, 거의 3개월 동안 믿어달라고 해놓고 믿을 수 없는 행동들을 보였다.


이런 아빠의 행동의 값에 대한 데이터가 이러니 혹시라도 또 다시 거짓말하고 흡연을 할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나를 엄마는 계속 안심시켰다.


“이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엄마가 단언을 쉽사리 받아 드릴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아빠의 거짓말로 인해 나는 수없이 알레르기 반응에 노출이 되어 왔다. 아빠는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었지만, 모든 결과의 값은 내 몫이었다. 그렇기에 아빠를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처럼 믿었다가는 또 다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까봐 불안했다.


“아빠가 이젠 안 그런다고 하잖아. 약속했고, 본인도 이 난리를 겪고 살도 엄청 빠지고 힘들었는데 또 그러겠어?”

아빠는 실제로 흡연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건강이 안 좋아졌다. 살이 5키로 이상 빠졌고, 역류성 식도염도 심해지고, 관절에도 염증이 생겨서 파스를 붙이고 액체 파스를 뿌리고, 두통약도 자주 복용했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고 피해도 내가 받았는데, 아빠가 아프니까 내가 피해를 입히는 것만 같아서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매우 불편했고 심적으로도 부담감이 컸던 것이다.


“본인도 죄책감이 들고 그래서 아팠던 거지.”

정말 가족들 때문에 힘이 들었던 것일까. 아빠의 건강이 안 좋아진 걸 보면 엄마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왜 자꾸 같은 행동을 반복하여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건지에 대한 답이 내 안에 스스로 내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아빠가 보여준 행동으로 인해 믿음보다는 여전히 불신이 더 깊게 내재되어 있었다.


“안 그럴 거란 보장이 없으니까 걱정이 되지.”

“이젠 안 그럴 거야.”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가족을 얼마나 힘들게 했어. 또 그러면 그게 인간이야?”

엄마의 농담을 듣고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것도 잠시였고 정말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계속 담배 냄새로 몸에 반응이 일어날까봐 무서워만 하니까.”

살아 있는데 죽어 있는 존재와 다름없었다. 내 삶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 따위는 없었고 오직 담배 냄새를 맡지 않는 게 주요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잘 살아보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 싶을 뿐이었다.


만약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다른 일이라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충분히 건강을 회복하고 적어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야 뭐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러한 환경이 계속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이는 들고 있고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안 되었다.


“괜찮아질 만하면 또 아빠가 담배 피고, 반응이 올라와서 담배 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화내고 우기고 하니까.”

이런 날들이 영원히 지속이 될까 그게 두려웠다.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계속 악순환 되고 있지 않은가. 아빠가 나를 위한다면 이런 태도를 지양해야 하지 않나. 말로는 믿어달라고 하지만 며칠 뒤에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자꾸만 나를 두려움에 빠트렸다.

담배 성분으로 몸에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계속 아니라고 우기면서 집안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드는 것 또한 나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니까.


“아빠가 담배 끊기 힘든 거 충분히 이해를 해. 48년 동안 흡연자로 살았으니까 어려운 거 아는데, 우기는 건 하지 말아야지.”


본인이 끊기 힘들면 상태를 인정해야지 않는가. 그래야 이쪽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서 이 상황에 대한 해결을 할 수 있지. 호언장담을 해놓고 며칠 뒤에 어김없이 걸리고는 마구잡이로 우기는 태도가 돌아 버리겠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잡아떼는 시간 동안 아빠는 단식 투쟁을 하고 말도 하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족들에게 쏟아내었다. 그것이 나를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안정을 취할 수 없고 끊임없이 고통에 빠트렸다. 왜 아픈 자식이 회복이 되게끔 도와주지 않고 혼란에 빠트리는 건지 알 수 없어 속이 터졌다.


“이러니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잖아. 그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 나는 아무 것도 못 하고 계속 담배하면 벌벌 떨면서 눈 뜬 시체처럼 살아야 하냐고.”

엄마는 내 말을 듣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네 아빠에게는 담배 끊는 게 무엇보다 힘든 일인 것 같다고 하면서 고개만 내저었다.


“내가 볼 땐 애초부터 담배를 끊을 의지조차 없었어. 아니, 담배를 끊으려는 시도나 노력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내가 10대일 때 아빠는 금연을 시도한 적 있었다. 하지만 새벽에 담배 냄새가 났고 그걸 엄마에게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네 아빠가 성실히 금연 중인데 잘 못 맡은 거 아니냐고 했지만, 변기에 내리지 못한 꽁초가 있어서 걸렸다. 그때 아빠는 담배를 핀다고 하며 어물쩍 금연 선언은 물거품이 되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아빠는 건강으로 인해 반드시 금연이 필수였고, 나 역시도 담배 성분으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나. 담배는 우리 가족에게 해가 되는 존재이니까 원인을 제거를 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자꾸 행복과 멀어지는 행동을 하는 아빠가 너무 이해가 되지 않을 따름이었다. 사실 엄마 역시도 아빠가 영 못 미덥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반성을 하고 있고 아빠 역시도 노력하니까 한 번만 더 믿어주자고.


“아빠가 다시는 안 그런다고 하고, 네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잖아. 자식하고 한 약속은 지키겠지.”

분통 터지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한 건, 다름 아닌 아빠가 내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빠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집단의 일원이고 우리 집의 가장이니까.


내가 매너리즘이 와서 작가를 그만두려고 할 때가 있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더는 못 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때 아빠가 조용히 내게 ‘네 나이가 아직 젊은데 할 수 있을 때 조금만 더 해보지 그래’라고 대답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게 너무 고마웠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아빠의 이상한 행동을 납득하기 위해 내 모든 시간을 쏟고 노력해본 것이다.


비록 내가 담배 때문에 알레르기가 걸렸지만 아빠로 인한 게 아니라 필연적인 거라고, 아빠가 금연이 힘들어서 잠깐 잘못된 길을 걷는 거라고, 담배 끊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일 뿐이고, 본인이 제일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애써 내 머릿속에 세뇌하듯이 입력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아빠를 믿으려고 하는 일 또한 참 쉽지 않은 길이기도 했다.


왜냐면 이전과 다른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빠가 퇴근해 도어락을 누르면 내 심장이 뛰었다.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신체에 이상이 생겼다. 높은 산에 올라간 것처럼 귀가 멍멍하다가 아프고 어지럽고 숨이 탁 막혔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애써 공포를 외면하며 나는 기꺼이 아빠를 맞이해주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숨을 참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계속해서 심장이 뛰어서 내 귓가에 심장 박동수가 생생하게 들렸다.


도대체 이게 뭐지? 나조차도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처음에는 컨디션이 안 좋은가 했는데 아빠를 맞이할 때마다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심지어 아빠가 곁으로 다가오거나 그러면 화들짝 놀라고 식은땀까지 나게 되는 것이다. 내 몸이 아빠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인 아빠를 나의 신체는 위협으로 받아드렸다.


내 몸에 아빠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각인된 것이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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