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담배로 잠식되어 버린 내 인생

by 윤본아

니코틴 검사 키트는 하루 만에 배송 되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면서 엄마와 나는 얼른 택배 박스를 개봉했다. 나는 니코틴 키트 하나를 개봉했다. 이것이 이젠 우리 집안에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가 되어줄 수 있단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아예 없애진 못하더라도 내 알레르기 민감도를 조금은 줄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엄마와 나는 함께 니코틴 키트 사용 설명서를 봤다. 꼼꼼하게 확인을 했고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며 아빠가 퇴근해 오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아빠가 돌아왔고, 나는 얼른 방으로 숨었다. 엄마는 다급히 아빠를 불렀고 안방에서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이거 해봐.”

엄마는 니코틴 검사 키트를 아빠에게 설명을 했다. 나는 문 가까이에 귀를 대고 부모님의 대화를 숨죽여 듣고 있었다.


“담배 끊었다는데 왜 이걸 해.”

역시나 아빠의 기분이 나쁘다는 말투가 들렸다. 엄마는 요즘 당신에게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말했다고 하면 또 아빠가 길길이 날뛸 수도 있었기에, 엄마는 자신이 담배 냄새를 맡았다고 말했다.


아빠는 금연하는데 왜 시비냐며 화를 냈고, 엄마는 쟤가 얼마나 담배 때문에 시달리고 그랬으면 알레르기가 생겼냐고 응수했다. 당신이 또 담배 펴서 반응 올라올까봐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데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나고 설득했다. 음성이 나온 걸 눈으로 확인하면 본인이 안심이 된다고 하니까 한 번 검사 해보라고.


“당신 담배 끊었다며, 떳떳하면 이거 해줄 수 있지 않아? 딸이 담배 필까봐 벌벌 떨면 안심시켜 줄 수도 있지, 아빠로서?”

아빠는 짜증 섞이게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었다. 엄마는 타액으로 해도 되고 소변으로 해도 된다고 답했다. 하겠다는 말에 나는 안방으로 다이빙을 하듯이 뛰어 들어갔고 니코틴 검사 시트지를 들고 있는 아빠와 마주쳤다. 아빠는 기분 나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괜히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움찔했다. 아빠는 입에 시트지를 물고 잠시 뒤에 엄마에게 홱 건넸다.


“자, 됐지?”

타액이 시트지에 완전히 적셔지지 않았다. 제대로 판별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하기를 권유했지만 아빠는 또 침묵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빠가 화가 난 것 같아 보이자 엄마와 나는 강력하게 다시 권유를 할 수가 없었다.


금연을 하면 담배로 공포에 떠는 자식 마음이라도 편안하게 해주면 안 되나 싶었지만 그 말이 차마 목구멍을 타고 내 마음 깊숙한 곳에만 자리 잡혔다. 내가 또 말을 하면 집안이 발칵 뒤집어 질까봐 하고 싶은 말조차 꺼낼 수가 없었다.


괜히 구매해서 돈만 낭비했나 싶어 엄마에게도 미안했다. 나름 생각해낸 방법이 참 멍청했나 싶어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얼른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해나가고 싶었다. 금전은 점점 떨어지니까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내가 부모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았기에 얼른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 딴에는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금연에 대한 의지와 결단의 몫이 내게 있지가 않고 아빠에게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아빠가 완전히 금연을 하는 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바라는 것 밖에는 말이다. 그게 너무 미치고 환장하게 하는 부분이 아닐 수가 없었다. 가슴만 답답하고 한숨만 늘어가는 갔다. 니코틴 검사 키트 사용하는 것을 실패하고 나는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다행인 부분은 아빠의 태도가 약간 변했다는 것이다. 니코틴 검사 키트기가 집에 있으니까 아빠가 흡연을 조심하는 것 같았다. 엄마 말로는 담배 냄새도 요즘 나지 않는다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변화할 조짐이 있다고 엄마가 기뻐했다. 아빠를 그렇게 겪고도 모르냐고 엄마에게 타박 섞이게 반응했다. 그러나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허름해지고 작아진 믿음이라는 것이 희미하게 존재했다.


담배 때문에 이런 분란이 조장되는 게 싫었다. 우기고 거짓말을 하며 화를 내고 상황을 덮는 게 너무 지쳤다. 우리 집에는 미성년자가 없지 않은가. 성숙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인이 무려 셋이다. 특히 이 집에서 아빠가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이지 않는가. 담배 의존도가 높은 걸 떠나 무조건 우기는 아빠의 방식이 내가 담배 알레르기에 걸린 것보다 못내 더 숨 막히게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면 뭐하는가. 흡연자는 전혀 이 문제를 진중하고 무겁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 않나.


오직 생존에만 집중하는 나날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담배 때문에 조마조마했지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무려 열흘 동안이나 내 몸에 담배 알레르기 반응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자 무기력했던 나도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아, 아빠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인가. 섣부른 희망이 머릿속에 차오르자 나를 질책했다. 아직 한 달이 넘지 않았으니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을 해야만 했다. 괜히 덥석 아빠를 믿었다가 상처받는 쪽은 바로 내가 될 테니 말이다.


아빠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는 게, 그 동안의 아빠의 행보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불효를 저지르는 기분도 함께 들었다.


어쨌든 씁쓸함을 애써 지우고 나는 그 동안 멈춰두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담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었다. 실내 흡연을 할까봐 불안에 떨어야 했고 아빠가 담배 필까봐 온 신경이 전부 거기에 쏠려 있었다. 글을 쓰며 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담배로 공포에 질려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랜만에 공모전에 냈던 작품 파일을 열었다. 달력을 보니까 가슴이 먹먹해졌다. 담배 때문에 3개월이 훌쩍 지났다. 간신히 제출했던 공모전 결과가 조마간 나올 예정이었다.


공모전을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죽을 것 같은 통증을 감내하면서 어떻게든 제출하기 위해 악착 같이 글을 써서 도전했던 나의 시간. 나름 열심히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아쉬움은 많았지만 어쨌든 작품은 제출했고 결과는 이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경쟁률이 높아서 수상작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큰 걸 알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불행에 늪에 빠진 내게도 한 번만 기회가 왔으면 하는 욕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수상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차차 준비를 해두면 좋겠지. 나는 웹소설을 투고할 출판사를 찾아보았다. 기획서도 다운을 받아놓고 다시 한 번 내 인생을 나아가보기 위한 발돋움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타자를 쓰면서 글도 쓰고 계획도 짜니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 기쁨은 엄마에게 온 전화 한 통으로 인해 또 다시 무너지게 되었다. 다름 아닌 아빠에게 술 약속이 생긴 것이다. 어째 잠잠하다 싶었는데 언제나 긴장의 고비를 늦출 수가 없었다.


나는 또 다시 불안에 휘말려 들어갔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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