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
납작한 노란 바구니 안에 흩뿌려진 한 줌의 사료.
옆으로 누운 채 그 사료를 안간힘으로 먹으며 버티고 있던 유기견이 있었다.
구조된 그 아이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후지마비를 앓는 노령견이었다.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처음 그 아이의 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 놀랐다. 아이는 자신이 짖어서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 걸 아는 듯했다. 소리는 그 아이가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 같기도 했다.
희망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은 열두 살 추정의 남아이었다. 보호자가 있었다는 뜻이고, 이제는 버려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2킬로 남짓한 그 작은 몰티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건 삶에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희망이는 배가 고프거나 배변을 보았을 때 소리를 내어 알려줬다. 사지형 휠체어를 태워 주면, 얼마가지 않아 뒷다리를 파닥이듯 움직이며 걸으려 했다. 임보자에게는 '봉이'라는 반려견이 있었다. 다행히 봉이가 희망이에게 곁을 내어주어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보호자의 기록에 따르면, 희망이의 몸에는 말레세지아균이 퍼져 있었다. 약욕과 소독을 병행했고, 나이가 많아 눈과 치아 상태도 좋지 않았다. 굳은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마사지와 열치료를 함께 했다. 처음 희망이는 머리를 바닥에 댄 채로 사료를 먹었지만, 나중에는 고개를 들어 버틸 수 있었다. 희망이는 옆으로 누운 채,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임보자는 희망이의 수면 시간과 활동량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기록했다. 그 덕분에 아이의 하루를 멀리서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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