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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Nov 20. 2023

나는 아직 코로나가 두렵다

지난 팬데믹으로 나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왔다. 내가 느끼는 코로나의 공포는 당시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뜬금없이 팬데믹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건 요즘 유행한다는 독감 때문이다. 사실상 지금의 독감은 코로나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인 한 명이 얼마 전에 폐질환으로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했었다. 처음엔 감기라고 생각해서 아마도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감기가 심각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코로나라는 진단을 받아 몇 주를 앓고 겨우 정신을 차려 상점문을 열었단다. 폐를 다쳤기 때문에 더 쉬어주어야 했지만 먹고사는 일은 더 이상 그에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선하디 선한 지인의 얼굴에는 죽음을 떨치고 이겨낸 승자의 표정이 아닌 생명의 일부를 빼앗긴 안타까운 생활인의 비애가 담겨 있었다.


최근 코로나로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도 계셨고 동생 가족도 심한 독감으로 고생을 했다. 코로나 때 받았던 같은 약을 처방받았단다. 방역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이제는 온전히 모든 것을 개인이 책임지고 지켜나가야 할 사회적 방어막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간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 17,795,357 명이며 사망자는 23,745명 오늘 확진자는 30,260명이다. 검사비와 생계의 문제로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자도생의 시기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나


나는 아직까지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가까운 곳을 산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 시에 마스크를 벗고 다닌 적이 없다. 덕분에 아직도 마스크 없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사람들 틈에서 기침소리라도 새어 나오면 얼른 내렸다가 다시 이용을 한다. 주로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으로 다니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감기기운이 있다 싶으면 목스프레이를 뿌리고 열을 자주 재어보는 습관도 생겼다. 운동은 주로 집에서 한다. 필라테스 개인레슨을 받아볼까를 고려하긴 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극도로 기피하는 버릇이 생겼다. 식당을 들어섰다가도 손님이 꽉 차 있으면 아무리 먼 거리를 찾아갔어도 바로 돌아 나와버린다. 


참 유별난 습관이 들어버렸다. 조심하는 덕분에 예전부터 감기를 달고 살던 나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지만 가끔은 남들처럼 지내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코로나가 두렵다. 코로나에 걸렸던 끔찍한 기억이 소스라치게 싫다. 숨을 쉴 수 없어 금방 죽을 것 같던 공포를 느끼면서 삼주를 앓았었다.


나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후유증도 남아 가끔은 갑자기 기운이 빠지고 목이 따끔거리는 탓에 더 잊히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지나친 근심을 접고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만 요즘 급작스런 빈대출몰로 인해 여행하기에도 불편한 세상이라 아쉽게도 아직은 군중기피심리와 코로나공포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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