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
내버려 둬!
짜증 나!
먹기 싫어...
다 죽여버리고 싶어!
죽을 것 같아.
관절을 다 잘라 버리고 싶어.
귀를 막고 싶은 무서운 말들이다. 온통 부정적이며, 삶을 포기하는 사람의 표현들 뿐이다. 이 무서운 말들은 전부 내 입에서 또는 내 마음에서 생성된 것들이었다. 평상시에 말이 험한 사람들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나였다. 그런 나는 온데간데없고 통증의 강도에 따라, 흘린 눈물의 양만큼, 내가 괴롭게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의 기억만큼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내뱉었다. 내 고통의 깊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통증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 절망적인 말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나는 내가 혐오하던 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차라리 죽을병이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힘들게 죽음과 싸워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아픔은 이기적이었고 내 말들은 지옥 같았다. 하지만, 그 말들 속에는 내 간절함의 깊이도 함께 배어있었다. 평범하게 한 번이라도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그 간절함이 나를 지탱했고 시나브로 희망이 보이면서 어느 순간, 어둠 속으로 깊었던 나의 말과 생각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생각이 말을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 생각을 만들기도 한다. 차라리 그냥 살려달라고 외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입에서 나온 아픔의 말들은 내 곁의 다른 이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날의 고통스러웠던 나를 이해하지만,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아프고 힘들더라도 긍정적이고 행복한 나를 기억해 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웃을 수 있고 고통의 깊이를 줄일 수 있다.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말들은 내 입에서 나오면 다시 내 귀로 흘러 들어와 폐부를 찌를 뿐이다. 그렇게 아픔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후회만 남을 뿐.
일러스트: instagram.com/bona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