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움에 부지런한 편이 아니다. 유학생활을 마지막으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런 내가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한 건 류마티스관절염에 관한 모든 것들이었다. 음식은 영양을 주지 않는다. 식이는 필요 없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운동해라, 약을 먹으면 관절이 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약을 먹어도 진행 상황을 늦출 뿐 평생 가져가는 병이다 등 의사의 의견이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처방약을 먹지 않으면 더 악화되기만 할 테고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평생 심해지기만 할 테니까. 운동은 더 나아진 후에야 생각하고 다른 방법 같은 건 없다. 약만 먹어라. 아니면, 네 인생은 이제 끝났다.
희망을 찾는 모든 이에게 반드시 희망을 안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찾고자 하는 이의 희망을 빼앗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직접적인 병명과 관련이 없어도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다른 질환의 특성과 치료방법 또는 관리방법 등의 정보를 서치 했다. 영양제를 찾고, 보조제를 먹고, 류마티스 관련 책들을 읽었다. 전문적으로 치료한다는 병원들을 찾았다. 수많은 시도와 질문 끝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매일 다이어리를 적었다. 그날의 증세, 섭취한 약물 및 보조제들의 후기, 음식 섭취 후의 몸의 변화 등을 빼곡히 적어 나갔다. 통증강도는 기상시간,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숫자로 적었다. 그것을 매일 기록하고 내 몸의 변화와 통증강도의 상관관계를 찾았다. 물론, 잘못된 치료법으로 잠깐씩 악화된 적도 있었다. 내 몸은 그야말로 실험체처럼 내게 시달렸다.
처음부터 그렇다 할 결과물을 얻은 건 아니었는데, 나름대로의 정보를 취합하면서 마음속의 절망은 점차 희망으로 바뀌었다. 관절의 부기가 거의 다 빠지기 시작하면서 메마른 땅의 한줄기 비처럼 희망이 내렸다. 나는 악착같이 그 희망의 끈을 잡고 놓지 않았다. 식재료와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은 식이가 가장 어려웠지만, 살려는 마음뿐인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참을 수밖에. 모든 것을.
중요한 것은 그 기간 동안 어떤 관절의 변형도 없었고 운동능력도 향상되었다. 오히려 왼쪽 손목에 혹처럼 부어올랐던 덩어리가 사라지는 효과를 보았다. 헛된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애초에 헛된 공부라는 건 없지 않을까? 만약에 좋은 결과가 따르지 않아 뒤늦게 약에만 매달려 일상을 살게 되었다 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이상증상이 있을 때마다 그때의 기록과 메모를 찾아서 읽는다.
일러스트: instagram.com/bona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