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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Sep 12. 2023

부의 상징

8월에 벽장식을 했던 그림 중의 하나이다. 

ㅣ부엉이야? 지인이 물었다. 


ㅣ이상하게 생겼어. 원숭이 같아...

ㅣ하트올빼미, 그러니까 부엉이야. 부엉이가 부를 불러온대. 


하트올빼미는 가면올빼미, 외양간올빼미, 원숭이올빼미 이름도 다양하다. 키 큰 풀이 많은 늪지대나 풀밭에 많이 살며 저공비행으로 쥐 나 두더지 등을 주식으로 삼고 날개를 다 펴면 최대 1미터가 넘는 다는데 서식지는 전 세계에 걸쳐있다고 한다.


사실, 부의 상징이라고 해서 그린 그림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몇 장 그렸던 동물그림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특이한 외모로 호불호가 있는 새라고 하는데 나는 하트모양의 얼굴이 예쁘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부를 불러온다는 말에 집에 돌아간 지인이 문자를 했다. 한 장 부탁해라고. 이왕 보내는 거 예쁜 액자로 표구를 해서 보냈다. 그에게 정말 '부'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돈이 왕이 된 세상이다. 노동은 더 이상 돈보다 신성하지 않고, 어떤 이에게는 사람보다도 귀하고 생사를 가르는 신처럼 군림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에는 풍수인테리어나 부를 부르는 상징물들이 즐비하다. 평소에 그런 상징물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 중의 하나가 음식점이다. 입구 쪽에서 커다란 황금돼지, 붉은 잉어 등이 손님을 맞이한다.


삶의 가치와 세상의 가치사이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가 부의 상징물로 인해 희망을 갖고 삶을 지탱하는 힘을 받아야 하는 그 심정이 안쓰럽다. 돈을 좇게 만든 세상에서 부의 물건들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풍성한 꽃이나 나무그림들이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지 부엉이는 어떤 새인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감상보다는 '부의 상징'으로 전락한 세상이 안타깝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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