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by 보나쓰

요즘 나의 일상적인 단어는 나, 감정, 행복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봄이 오면서 꽃을 사는 일이 잦다 보니 꽃을 보는 것만큼 꽃이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한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에서의 단어는 범위가 좁아도 상관이 없고 반복되는 어휘라도 좋지만 글을 쓸 때는 다르다.


생활에서는 나를 대변하는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나, 감정 그리고 행복이라는 단어는 요즘 나의 마음속에서 늘 꼼지락대며 인생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만큼 요즘 매우 감정적이며 나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글 속에 상태나 현상을 녹여낸다고 할 때는 다양한 단어의 힘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며 세밀해야 한다. 가령, 나에게 있어 감정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표현하기 위해 계절을 빗대어 나의 마음이 흐르는 모양을 감각적인 단어로 외면화해 본다든지 즐거움, 감동, 설렘, 떨림 등으로 나타내 보는 것이다.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고 있는 작가의 글은 읽는 재미가 있다. 읽을 책을 고려하고 선별할 때 작가의 문체 다음으로 끌리는 것 중의 하나가 그 작가가 글 속에 사용한 단어이다. 단어의 풍성함이 글을 부유하게 만든다. 연결이 잘 되어 있는 다양한 단어들의 향연은 글을 계속 읽게 하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나는 글에 사용하는 단어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는 동안 끝나지 않을 단어와의 전쟁, 나는 잘 해내고 있는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글의 퀄리티를 높이자고 반드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해서 지식을 뽐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이와 읽는 이의 교감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재미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표현을 위한 적절한 단어선택이 관건이라고 여겨진다. 나는 꼭 필요한 단어가 아니라면 가능한 쉽고 친근한 단어를 선호하는 편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에 집착하다 보면 담고 싶은 글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독서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참 많고도 적은 게 단어의 양이다. '한정적'인 단어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잘 써진 책을 읽을 수 있고 사전이라는 귀한 선생이 있다. 나는 단어가 막힐 때 무작정 국어사전을 읽는다. 읽다 보면 새로운 단어도 배우지만 늘 사용하던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 것도 좋다. 소설 보듯 하다 보면 감사하게도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단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오늘도 수십 개의 단어를 들여다보았다. 내 글 속에서 일반적인 단어도 특수한 장치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단어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단어 하나하나가 내겐 사냥과도 같아서 한 글자에도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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