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물리적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닦고 싶을 때가 있다.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해와 용서는 진심 어린 사과 없이는 발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슬그머니 잡는 손은 사과가 아니다.
해결의 타이밍을 놓친 상처는 시간이란 강을 타고 흘러 마음속에 응어리져 버렸고,
신발 바닥에 붙은 껌처럼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겨우 떼어낸 부분도 지저분한 흔적이 남아버린다.
사과 한 마디면 되었다.
미안했다, 생각이 짧았다, 몰랐다, 내 욕심이었다... 등의 많은 표현이 있지 않은가. 말로 꼭 표현하지 않아도 좋았다. 나의 경험으로 보자면, 잘못을 깨닫고 행동하는 사람의 모습은 반드시 통한다. 그런 모습만 보았어도 되었다. 그것이 꼭 좋은 결과의 정점을 찍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지속되는 관계에서 누군가를 끝까지 미워해본 적이 없었다. 이해심이나 관용의 마음이라기보다는 성격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싫어하는 만큼 힘들다는 것도 몰랐다. 그 마음이 끼치는 해는 훨씬 커서 화살을 내 가슴팍에 스스로 꽂아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인연을 완전히 끊어낼 수도 없고, 용서하지 않으니 괴로워서 잘 지내는 과정을 천천히 연습하기 시작했다. 하루, 한 달... 몇 년의 시간에 걸쳐 굳어진 심지를 뽑아내는 내 마음을 응원하고 있다. 용서 자체를 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노력이란 반드시 결과를 기대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어긋났을 때 더 실망감이 오기 때문이다. 아직은 지금의 내게 있어서 좋은 결과가 반드시 좋은 관계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연습은 이제 겨우 쌀알만 한 빛을 내고 있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