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외출한다.
여름부터 가을의 문턱에 있는 최근까지도 비가 기어이 하늘을 뚫고 쏟아져 내렸다. 여전히 습하고 뜨겁지 않으면 비가 쏟아졌다. 그 흔한 냉방병까지 있는 내가 지금도 에어컨이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 집 앞 감나무의 감이 주홍빛으로 익어 가는 걸 보고서야 가을이구나... 느껴지는, 날씨의 변화에 가끔은 내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올여름날씨는 세상이 태양과 비로만 나뉘어 있는 것처럼 단순하고 위험하고 고지식했다. 류마티스는 요즘의 날씨처럼 내 안에 존재한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식전과 식후가 다르고, 운동 전과 운동 후가 다르다. 단순하지만 늘 알고 있는 상반된 변화가 내 몸속에서 하루에도 서너 번씩 랜덤으로 일어난다. 호들갑 떨지 않아도 넘길 수 있는 정도이지만, 아직도야? 하고 가끔은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 내 병은 난치병일까? 불치병일까? 누군가의 남편은 '공주병'이라고 한단다. 아무것도 못하고 다 해줘야 되는 도움이 필요한 병이라고. 맞는 말일지도…
나는 '관심병'이라고 부른다. 다른 누군가의 관심이 아니라 나의 관심과 돌봄이 없을 때 발병하거나 통증이 심해지는 병. 그렇게 믿는 나는 류마티스의 싹을 아예 잘라내 버리겠어. 매일 다짐을 하고 믿으며 내 몸에 좋은 것들을 잊지 않는다. 사람이다 보니 가끔은 당근도 먹이고 채찍질도 하지만 그것조차 나의 노력이다.
오랫동안 오직 내 병에만 집중해 있었다. 몸도 마음도 온통 류마티스에 사로잡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뭘 먹고, 뭘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허세였다. 류마티스를 일상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하면서 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나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글을 쓰면서 꿈을 꾸고 있다. 내가 죽기 전까지 해야 하는 일은 류마티스를 견뎌야 하는 게 아니라 꿈을 꾸고, 희망을 갖고 나를 지탱하는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나의 생활을 윤기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쓰는 행위는 무엇보다도 내게 중요하다. 물론, 신체적인 무리가 따르는 일이기도 해서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내 삶을 대화하는 동지이자 의미이며 힐링의 행위이다. 어쩌면 무료해 보일 수 있는 요즘의 내게 남편이 질문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는 거 아니야?" "응, 좀 더 나갈게. 집에만 있지는 않아." 웃으면서 답했다. 갸우뚱하며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는 모르지만, 나의 세컨드하우스 SNS 안으로 매일 외출 중이다. 다친 나를 만나기도 하고 들뜬 나를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찾아오는 친구들과 그림에 대한 짧은 대화를 하기도 한다. 지금 나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외출에 빠져 살고 있다.
일러스트: instagram.com/bona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