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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22. 2024

콜라보

'그리고 있던 그림이 있었는데 마침       

@kim_sanggoo

상구가 보내준 사진이 좋아서 배경으로 넣어봤어.

허락해 줘서 고마워 상구 :)

모두들 하루 잘 보내고 있어?

저녁 맛있게 먹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저녁 되길 바라.'

갑갑하던 가슴이 통증을 느끼던 해 2023년, 7월 어느 날에 SNS로 도망을 쳤다. 인생에서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은 날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생에서 도망치는 방법을 몰랐고 관계를 조율하는 데에도 서툴렀다.


그저 진심이 통하기만을 바랐고 그렇지 않을 때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상처를 받았다. 그때의 진심은 참 허망한 감정이었다. 좋은 의지가 매번 시궁창에 처박히는 상황을 마주하며 내가 가장 먼저 접어야 하는 감정이 진심이었다. 어느 날 새벽에 나는 보기 좋게 KO패를 당했다.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숨이 가빴고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생겼다.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나는 거친 관계의 바다에서 작은 돛단배의 노를 젓기 시작했다. 내가 향했던 방향 중의 하나가 SNS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틈도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친(인스타그램 친구)과 스친(스레드친구)이라는 지인들이 생겼고 그들과 소통을 하며 지내고 있다.


선물로 마음을 주고받기도 하고 글을 통해 서로의 안녕과 평안을 묻기도 한다. 그러던 중 스친 @kim_sanggoo 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아름다운 사진엽서들을 선물 받았다. 나는 그의 사진들을 좋아한다. 그의 사진에는 따뜻한 시선이 있다. 그 따뜻함이 담겨있는 파리사진을 그림에 담고 싶었고 그렇게 우리의 콜라보가 완성되었다.


나는 SNS에서의 내 일상을 사랑한다. 도피처였던 그곳 덕분에 또 다른 삶이 태어났다. 무작정 버티기만 했던 나도 이제 조금은 더 현명해졌고 물러날 때를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숨을 참고 있는지 돌아볼 틈도 없이 나를 몰아붙일 때가 있다. 현실에서 누군가와 아름다운 콜라보를 이룬 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진심이 관계에서 늘 옳은 것만도 아니다. 당기고 놓을 때를 알아야 나도 살고 관계도 편해진다.


삶이 너무 부대끼거든 한 번씩은 뒷걸음질을 치고 한 번씩은 외면해도 괜찮더라. 이제는 다시 돌아가 맞설 용기를 내기 위해서라도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야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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