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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24. 2024

사랑한다 미워한다

사랑한다 생각하면 사랑하고 미워한다 생각하면 미워진다. 세상에는 나를 품어주는 좋음이 다함이 없이 많다. 봄이 되면 팝콘처럼 하늘로 피어나는 벚꽃이 설렘으로 나를 품고, 꽃과 함께 불어오는 봄바람은 마음을 흘려보내라며 나를 품고, 따스한 햇살 속에 까르르 대는 아이의 종종걸음은 흐뭇함으로 나를 품고,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며 스마트폰으로 봄을 찍는 노인의 자태는 느긋함으로 나를 품는다.


먹고살기 바빠도 애써 살아가게 되는 것은 미우니 고우니해도 품어주는 세상의 너그러움이 있어서이다. 몇 초 몇 분의 시간을 내어 잠시만 봄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면 알게 된다. 신이 나를 버려두지 않았다는 것을. 나태주 시인의 글이 왜 아름다운지를.


날마다 아침이면 이 세상 첫날처럼

날마다 저녁이면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당신도 그렇게. 그렇게.


마음을 다해 살다 보면 삶이 따뜻해진다. 마음을 다한 다음에는 기뻐도 슬퍼도 후회가 없다. 마음을 다해 살다 보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이주가 되고 금세 일 년이 될 것이며 그 일 년은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마음을 흘려 살아가는 사람의 것보다 깊고 귀한 서사가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추앙받지는 못하더라도 나도 세상을 품어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나의 마음은 사랑으로 축대를 쌓았다. 그런 탓에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받지만 또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나를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배려심도 가지고 있다. 밉다 밉다 하면 더 미워지고 사랑하는 눈으로 보려고 해야 사랑스럽게 보이더라. 다정한 마음으로 보려고 할 때 나의 시선도 다정하게 머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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