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류마티스 맞으세요.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정형외과 치과 내과 한의원 등 원인을 모르는 관절 및 근육 통증으로 안 다녀본 병원이 없었다. 첫 진료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세 달여간의 병원 투어는 없었겠지만 불행히도 내게 그런 행운은 없었다. 목을 돌릴 수 없거나 치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는 통증들 중에 손목통증이 가장 심했다. 일단, 가까운 정형외과를 갔다. 잠깐의 진료를 보더니 물리치료를 권했다. 20분간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온 날 손목은 더 붓고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올라 있었다. 밤새 오르는 열과 통증으로 더 앓으면서 돌팔이를 만나 더 죽네... 원망을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타이레놀을 먹고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자마자 다음 날부터 몇 군데의 정형외과를 더 찾아갔지만 결과는 첫 번째 병원과 다르지 않았다. 나중에는 물리치료 없이 손목아대를 처방받아 돌아왔는데 처음에는 조금 나은듯하더니 다음 날 여지없이 더 통증이 올랐다. 아대와의 마찰로 인해 손목은 더 부었고 열은 멈추지 않았다. 병원을 다닐수록 나의 불안은 심해졌고 마침내 나는 내가 겪고 있는 통증과 관련된 병명을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질환은 류마티스관절염이었다. 내용을 더 찾아보니, 비뚤어진 손가락 및 발가락 사진들과 함께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는 불치병과 같은 병이라는 설명들이 즐비했다. 걱정은 됐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과를 찾아갔다. 의사는 염증검사를 포함해서 관련된 질병들을 찾아낼 수 있는 혈액검사를 하자고 했다. 이틀 후에 나온 결과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순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대학병원의 결과가 남아 있으니 아직 모르는 거야... 하고 울음을 삼켰다. 한 달 이후에 대학병원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류마티스 맞으세요. 이 병은 낫지는 않고요. 평생 약을 드셔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담당 의사는 마치 인공지능로봇처럼 진단결과를 읊었다. 그녀의 냉정한 말투에 짜증을 낼 뻔했지만, 울음을 참으면서 내뱉은 나의 첫 질문은 겨우, "류마티스 맞다고요? 그럼..."이었다. 의사에게 진단명을 듣고 있는 와중에도 나의 통증은 병명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쿡쿡 관절을 찔러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