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쓰 Sep 18. 2023

뭘 하고 살아?

언제인가부터 나는 늘 즐거운지 질문을 했다.

그저 입에서 나와 사라지는 많은 말들처럼 의미를 담지 못하고 질문만 했다.

...

<August 17 instagram @bonas>


내게 오랜 시간을  힘들게 했던 이슈가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내 머리 위에서 가슴속에서 활화산처럼 매일 타오르고 있으니 정말 미칠 것 같은 그런 날들을 보냈고 그 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화두는 늘 '즐거운가?' 하는 질문이었다. 질문은 멈추지 않았지만 늘 입 밖으로 나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매일 되뇌고 매일 사라지는 질문. 

결국, 그 질문에 아무 의미를 담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던 어느 날, 동생과의 대화 끝에 받은 질문이 나를 깨우는 시작이 되었다. "그럼, 누나는 뭐해? 나는 여행 다니고 그러고 사는 줄 알았지... 누나는 주로 뭘 하고 사는데?"


어이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분했으며 아팠고 슬펐다. 상처 입은 작은 새도 살아서 날아가려고 버둥거리는데 나는 문 안쪽 어두운 방 안에서 문 바깥을 동경하고 앉아만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나의 즐거움'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늦게 깨달아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질문을 멈추고 답을 찾아가면서 어느 때보다 행복감을 느꼈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있어도 없어도 많은 시간이 즐겁고 타인의 행복에도 관심을 갖는 여유까지 부린다. 나는 길고 힘겨웠던 내 경험을 통해 즐겁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있어."라는 생각에 매몰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될 뿐이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작가의 이전글 인생의 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