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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Sep 17. 2023

인생의 답

너무 날리지 않게 덩어리 진 느낌으로 층을 두껍게 더 켜켜이.... 등은 헤어숍에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내가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한다. 하지만 그 설명이 얼마나 공허한지 나는 알고 있다. 어차피 원하는 스타일을 잘 알려줘도 참고만 될 뿐 본인 스타일대로 커트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기하게 맘에 들어 또 가게 된다. 


살다 보면 나의 노력여부와 관계없이 답이 정해져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사는 사람도 있다. 어느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데 계획은 해서 뭘 해. 너는 계획대로 살아지더니? 그냥 되는대로 살래."

그는 이혼을 하고 3년여를 상처와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쇼핑하듯 여자들을 만나면서 살고 있었다. 그의 말이 아예 틀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음대로 안된 일'은 이전 행동의 결과이고 그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죽는 날까지 잘 살아가는 일이 정해져 있는 답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저 또 하나의 안 좋은 결과를 만들면서 시간을 태워버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운명은 존재할 수 있지만 과정까지 정해져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래서, 답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고 다른 답 또한 노력한 만큼, 보낸 시간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답만이 정답이라 믿으며 인생을 혹독하게 채찍질하지 말자. 모든 답이 정해져 있어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배운 것이 내가 얻은 최선의 답일지도 모른다.


...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없고

그냥 불어가는 바람은 없지요

무언가를 남기고 지나가지요

...

<내 인생의 주름> 박노해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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