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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l 05. 2024

시선

가상세계는 정말로 진상세계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그러기엔 우리가 서로 만나며 나눠온 인사 속의 두 눈이, 악수하며 전하고 전달받은 믿음과 약속이, 안아주며 간직해 온 반가움과 아쉬움이 아주 강하게 인간다움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기서 뵙는 분 글과 목소리들이 자연스레 그분을 한번 뵙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같고. 낳아주고 길러줬던 가족과 친구들이 서운하게도 눈과 몸에서 멀어지면서, 우리에게 남은 건 화면과 손가락이에요.

그것으로 우리는 지금껏 접촉으로 나눠오던 것들을 대신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요. 보너스씨는 그렇게 가끔 보고픔을 적는 사람인 것도 같아요. 감정이야기만 하면 애정결핍이나 자의식과잉등 질병으로 대하는 여기 인터넷 왕국에서, 그녀는 좀 당당할 정도로 반가워하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며 보고파해요

우리를. 어디가 가면 갔다, 오면 왔다, 보이면 왔냐, 가면 힝.
왜 이 사람이 하면 자연스럽죠?

스레드에서 어떤 분이 자신의 피드에 남겨준 인물탐구라는 제목의 나에 대한 글이다. 처음에는 읽고 당황하고 뭔가 불편한 심경에 지워 달라고 할까 망설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이미 '말씀하시면 소리소문 없이 지울게요'라는 댓글을 달아 두었더라.


그 댓글에 본문을 다시 읽으면서 불편했던 건 그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비뚤어진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근래에 스레드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면서 불신이란 단어가 뇌리에 남아 있던 참이었다. 직관하지 않았던 나의 불찰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가 나를 좋게 봐주었다는 것은 순수한 나의 가치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시선에 햇살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은 아니다. 진실일지 거짓일지 모를 낯선 나의 단편이다. 내게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르고 인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파편.


그럼에도 고양이의 시선 같은 그의 탐구는 매우 인상적이며 또 하나의 나를 탄생시켰다. 나는 이 신선한 타인으로 인해 오늘 내게도 타인이 되었다. 나 자신을 편견 없이 바라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스스로는 자신을 미화시키며 승화시킬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다행히도 나는 관대함을 내려놓고 새로 만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 


몇 날 며칠 비가 퍼부을 것만 같던 장마소식은 어딜 가고 꿉꿉하고 후끈한 날씨가 이틀째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의욕이란 공중에 뜬 헛소문과 같은 것이다. 내 눈과 손가락은 가장 닿기 쉬운 세상 스레드로 향한다.


나는 그 속에서 타인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에 대한 상념을 조금 보태며 화면에서 쏟아지는 빛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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