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책을 내려고 하니 언제나 그랬듯이 중요한 건 내 글이었다. 책을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들 예를 들면, 출판사를 물색하거나 투고, 인세 같은 것은 2차적인 문제였던 거다. 좋은 글을 썼다면 전형적인 방식의 출판이든 독립출판이든 자비출판이든 다 상관이 없는 거였다.
책을 내면서 어떤 자신만의 자부심을 위해 출판방법을 택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글이다. 책을 낸다는 건 결국 내 글뭉치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고 내 영혼을 들키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렴 어때'의 출간기 서문을 열면서 내 경험을 통해 처음이라 서툰 작가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에 앞서 깨닫게 되는 건 결국 글이다. 글이 모든 것이었다.
어떤 예술가의 그림도 결국 상업적인 형태를 띠지 않으면 시장에서 팔리기 힘들지만 시장에 내놓았을 때 외면받는 이유는 그 예술가의 작품에 소비자의 심정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나의 책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가 독립출판사를 열면 그만이고 종이책 출판이 힘들다면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 출판하면 된다.
모든 것은 글로부터 시작하고 글로 끝난 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책을 준비하면서 더욱 깨달았다. 결국에는 글을 갈망하고 글에 빠지고 글을 써내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여야 한다.
어떻게,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낼 것인가에 대해 열중하거나 나를 선택해 준 출판사가 있으면 무조건 잡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출간할 테고 그 책은 내 첫 책으로 기본 포트폴리오가 된다. 그러니 글에 더 열중해야 한다. 출간 후에는 출판사나 출판에 관계된 다른 내용들이 아니라 책 속의 내 글이 나를 뿌듯하게 하거나 부끄럽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을 내야 하는 나의 감정은 글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서 나는 느지막이 작가의 길을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책을 내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책 한 권에 묶일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좀 더 글에 진심을 다하고 집중해야 된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