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에 쓰고 있는 글이 그저 글일 때에는 책이 되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책을 낸다고 생각하니 그러모은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이라는 완성본이 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 한 사람이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읽고 싶은 책이 될 수 있을까. 사색을 전하는 한 권의 책으로 그 깊이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내가 쓰고 있는 글은 책이 될 권리가 있는가.
처음에 책이 팔리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했던 건 결과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변명일 뿐이었던 거 같다. 이쯤에 다다르니 내가 쓴 글이 책이 되어 한 사람이라도 더 읽어준다면 그중 한 두 사람에게는 가슴에 남는 책이 되어준다면 더없이 행복할 거 같다고 기대하게 된다.
책의 판매량만이 나와 내 책의 가치를 증명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팔리는 책이어야 한다. 적어도 누구나 하얀 종이 위에 써 내려갈 수 있는 일기나 낙서의 형태가 아닌 독자에게 생각을 건넬 수 있는 한 줄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나의 글이 라고 짐작할 수 있는 문체가 독자의 눈에 읽혔으면 한다.
나는 문체가 작가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사상과 영혼과 삶을 녹인 결정체가 작가에게는 문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글에서나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작가가 자신의 문체를 소유하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글도 더 무르익어 가겠지만 싹이 있어야 무르익을 글도 있는 게 아닌가.
아직은 내게 완성된 문체가 있다고 확신해서 책을 내는 것은 아니다. 고유의 문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책을 내면서 그 길을 찾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나는 그런 바람을 가진 사람이고 그렇게 작가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책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
그 싹을 틔우기 위한 한 문장이 내 책에서 태어나기를 바란다. 그것이 있어야 완성된 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책을 내는 것에 우려가 있고 깊은 고뇌가 있었다. 그 마음이 책에 담겨 좋은 책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중에 보아도 부족할지언정 부끄럽지 않은 책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