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으로 1879년 코펜하겐에서 초연되었다고 한다.
'아늑하게 잘 꾸몄지만 수수한 거실. 뒷배경 오른쪽에 난 문은 현관으로 통하고, 뒷배경 왼쪽의 다른 문은 헬메르의 서재로 통한다. 두 문 사이에는 피아노가 있다. 왼쪽 벽 가운데에는 문이 있고, 더 앞쪽에 창문이 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평안하고 아늑하고 평범하고 따뜻한 집을 연상하게 했다.
이 집에는 사랑스럽고 활달한 노라가 변호사 남편 헬메르 토르발, 세 아이들과 살고 있는 집이다. 이 평범하고 아름다운 가정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노라는 남편과 가정에 충실한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종달새처럼 노래하며 춤춘다. 남편의 주머니에서 돈을 받아 쇼핑을 하기 위한 사랑스러운 몸짓과 애교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헬메르:
(따라간다.) 저런, 저런. 그렇다고 노래하는 종달새가 날개를 축 늘어뜨려서야 안 되지. 응? 저기 다람쥐가 기분이 상했네? (지갑을 연다.) 노라, 여기 뭐가 있을 것 같아?
노라:
(급히 몸을 돌린다.) 돈이요!
이 대사는 헬메르와 노라의 부부관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헬메르는 노라를 종달새라 부른다. 그녀는 어떤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랑받는 종달새는 주인을 위해 끊임없이 노래하며 아름다워야 한다. 돈이라던가 결정이라던가 하는 말들은 남자의 것이다. 헬메르의 전유물이다.
노라에게 일어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영원히 그렇게 새장에서 노래했을 것이다. 이 책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나 남자에 비해 하급으로 취급되는 여성의 불합리한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회의 부조리와 이중성을 탓하고 있다.
노라는 죽음을 목전에 둔 남편을 살리기 위해 남쪽으로 가야 했고 돈이 필요했다. 돈을 빌렸고 남편에게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빌려주었다고 말했다. 그 돈은 사실 남편의 지인이자 변호사이고 저축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닐스 크로그스터드에게 차용한 것이었다. 문제는 노라가 그 돈을 빌릴 때 차용증에 날짜를 위조했다데 있었다.
노라는 당시에 병환으로 시달리는 아버지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죽어가는 남편에게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차용증에 날짜와 아버지의 이름을 도용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크로그스터드는 도덕적인 흠으로 저축은행의 총재로 부임하는 헬메르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을 상황에 이르자 노라를 협박한다.
노라는 자신의 상황에 어쩔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던 거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지만 크로그스터드는 법은 그런 상황 따위 상관없고 사인을 도용한 죄를 물을 것이니 자신을 도우라고 했다. 노라는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에 두려워했지만 결국 남편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상황이 잠잠해질 때, 노라가 아버지의 인형에서 남편의 인형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을 깨달으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노라: 나의 거룩한 의무가 뭔가요:
헬메르: 그걸 내가 말해야 아나?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아닌가!
노라: 내게는 다른, 그만큼이나 거룩한 의무도 있어요.
헬메르: 아니, 없어. 대체 무슨 의무지?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이에요.
헬메르: 당신은 우선 적으로 아내이며 어머니야.
노라: 그 말은 더 이상 믿지 않아요. 나는 내가 우선적으로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라고 믿어요. (중략) 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아야 해요.
노라는 남편으로부터, 짓눌려온 부당한 사회적 규율에 반기를 들며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