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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Sep 27. 2023

기도하는 어머니

성당에 다니시는 어머니의 기도철학은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 새벽 첫 기도를 잊지 않으신다. 

기도의 제목은 늘 다르지만 요즘은 아마도 위암에 걸린 외사촌 오빠를 위한 기도가 많지 않을까 짐작한다. 

어머니는 기도 끝에 "감사합니다."를 붙인다. 좋은 일이 있으면 기뻐서 감사하고 아픈 일이 있으면 이겨낼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 


자식들이 힘들어할 때는 이렇게 위로를 건네신다.  

"내가 항상 기도해. 너희들 위해서. 그러니까 힘내자. 다 지나갈 거야."

걱정하시는 마음이 죄송해서 한 번 농담을 건넸다. 

"엄마가 늘 우릴 위해서 기도하면 엄마 소원 들어달라고 하는 거랑 마찬가지 아니야? 엄마 욕심쟁이네" 어머니는 그냥 빙그레 웃으셨고 나는 그 웃음이 고마웠다.

 

우리 남매는 어머니를 따라 성당을 다니지는 않지만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늘 우리에게 닿는다. 한 번은 남동생이 큰 교통사고가 날 뻔할 일이 있었다.


충돌직전에 흰 안개 같은 존재가 앞유리 앞에 나타났는데 동생은 그 덕분에 핸들을 틀었고 사고를 면했다고 했다. 동생은 처음 출차하던 날 어머니가 성수를 뿌리며 기도를 하신 게 생각났단다. 그날 이후, 동생은 이사를 하거나 차를 바꾸거나 큰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가 보내준 성수를 뿌리면서 함께 가르쳐준 간단한 기도를 한다. 동생은 현재 종교 없는 신자이다. 


나는 가끔 그런 동생을 놀리지만 진지함을 칭찬하고 그 마음이 고맙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어머니 덕분에 성당에 가서 기도문을 외우지는 않지만 나 역시 어머니의 기도가 어머니의 마음이 늘 우리를 보호함을 믿는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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