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쓰 Oct 25. 2023

Free

요즘 많이 게을러진 탓에 바람 좋은 늦가을 날씨에도 산책 나가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아니, 거의 산책을 위한 걸음을 하지 않는다. 가끔 산책을 나갈 때는 탄천길을 걷는다. 집에서 가까운 탄천은 대로변에서 탄천 옆 산책길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여러 군데가 있다. 직선으로 탄천 옆길까지 곧게 뻗어있는 길, 꼬블꼬블 나무들이 무성한 틈으로 나있는 오솔길,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계단길까지 꽤 잘 만들어져 있다.


집 쪽에서는 어느 길을 선택해도 좋다. 모든 길이 가깝게 나있기 때문에 발 닿는 대로 가서 편한 길로 내려가면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오솔길이다.


사람도 거의 없어 찬바람에 흔들리는 큰 잎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타박타박 걷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애매한 샛길이 하나 있다. 샛길 앞에는 시간이 느껴지는 허름한 안내판이 하나 서있다. 


'들어오지 마시오.'


울타리도 없는 그 안내판은 제대로 서있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세네 걸음만 더 가면 한 사람이 겨우 내려갈만한 폭이지만 계단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더 의문이 들었던 이유는 표지판 앞에도 길을 내려갈 수 있는 흙길이 지그재그로 좁게 나있어서였다. 자유와 구속이 함께 존재하는 구역이었다. 계단으로만 다니라는 걸 거야 하고 혼자 결론을 내려버렸다.



슈가 프리(sugar-free)라고 하면 무설탕이라는 뜻이고 스모킹 프리(smoking-free)라고 하면 금연이라는 뜻이다. 



한 친구는 중3 때, 외출금지를 당한 적이 많았다. 학교 수업을 자주 빼먹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친구의 부모님은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외출금지를 당한 친구의 반항은 날로 더 심해졌고 오히려 친구의 부모님만 더 골치가 아파졌다. 끝내는 친구와 부모님이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내용은 하루에 두 시간, 일주일에 열네 시간의 외출을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구속 덕분에 이후로 친구는 더 자유로워졌다. 반드시 하루 안에 두 시간을 써야 하며 쓰지 않은 시간은 무효가 된다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대에 열네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했다. 주말이면 방과 후에 훌쩍 여행을 떠나 새벽에야 돌아온 적도 몇 번 있었다.


자유와 구속은 결국 이용하려는 사람, 받아들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다른 답을 가질 수 있다. 혼란한 세상은 어쩌면 잘못된 말의 표본으로부터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언어의 유희가 낭자한 세상에서 올바른 지표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자유를 핑계로 한 구속이 넘치는 세상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가 아마도 이미 박탈당한 자유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자유가 자유로운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