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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28. 2023

복수의 순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분노에 복수를 다짐할 때 나는 참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화를 내고 복수를 다짐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인생에서 중요한 가족이나 친구가 나를 배신하거나 사기를 쳤다고 하면 화를 어떻게 참겠는가. 화도 내고 욕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수하는 여자


지인 한 명은 재혼을 했다. 상대는 아이가 둘이었고 아이들은 제 엄마와 함께 살았다. 재혼 상대는 이혼하고도 전처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지인은 많이 불안해했다. 처음부터 그런 감정에서 시작된 결혼생활은 전부터 둘 사이에 있었던 돈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결혼 전부터 지인은 남편에게 돈을 빌려 줬었고 결혼 후에는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아주기도 했다. 그 와중에 지인의 남편은 양육비를 보낸다는 이유로 한 달 벌이의 30프로를  전처에게 보냈고 나머지는 재투자라는 명목으로 사용했으며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게다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인은 너무 억울했고 괴로워했다.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자신의 생활비를 충당했고 조금씩 대출이자도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인의 남편은 대출금 갚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대출이자도 책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지인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이혼을 하지 않냐고. 지인은 어차피 이혼하고 살 인생은 별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돈도 받아 내고 괴롭혀 주겠다고 복수를 다짐했다. 이미 복수중이라고도 말했다.


세상에 작고 큰 화가 나는 일은 너무나 많다. 드라마나 영화만 보아도 그 화를 참지 못해 자신의 생을 바쳐 복수하는 스토리가 북새통이다. 그래서 권선징악의 일일드라마가 나이 드신 분들에게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복수의 시작


심장을 짓누르는 분노는 드라마에서 해소하고 실생활에서는 복수를 다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복수란 내 가슴의 화살을 뽑아 상대에게 꽂고 다시 그 화살을 내 가슴에 꽂는 것과 같다. 복수를 하는 동안 내가 받을 스트레스는 억울함을 당한 그것보다 작지 않으며 잃어버릴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복수에 얽매여 사는 동안 잃어버릴 기회비용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것이며 놓쳐버린 행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화가 난다면 일단 화를 내버리자. 참아서 나는 화병이라는 병도 있다.


화병: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간의 생리 기능에 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병


하지만, 내 마음을 헤집어놓는 복수는 진정한 복수가 되지 못한다. 복수를 원한다면 마음을 가다듬고 새 호흡을 하고 새 인생의 희망적인 플랜을 계획해 보자. 내가 분했던 마음을 완전히 잊어버린 순간 진정한 복수가 시작될 것이다.


복수가 가슴에 굳게 꽂혀 아서왕의 엑스칼리버라는 검처럼 뽑히는 날이 없을 것만 같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한다. 누구나 제 인생의 왕이며 주인이 되어 분노라는 검 따위는 뽑아 버릴 수 있다. 가엾은 자신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하지 말고 희망을 꿈꾸게 하자. 그렇게 진정한 복수를 하며 살자.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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