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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22. 2023

스레드

threads.net

스레드 하기를 좋아한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의 텍스트 앱이다. 수많은 종류의 글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다. 스레드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올리는 글 한 줄을 읽는 것이 좋다. 지나다가 철학이 담긴 한 줄을 만날 때,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닮은 한 줄을 만날 때 숨은 보물을 찾아낸 듯이 신기하고 반갑다. 그것보다 더 좋은 건 행인처럼 올리는 나의 글들이다. 행인의 말에 무심하게 지나지 않고 남겨준 글인사가 좋다. 주고받는 속도가 조금 빨라 너무 가볍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지만 거기에서 솔직함이 묻어난다. 솔직해도 무례한 경우는 거의 없다. 무례함은 걸러내면 그뿐이다.


어떤 사람은 막말 비슷한 글을 올리고 어떤 사람은 우주별에서 온 외계인 같고 어떤 사람은 갖은 명언을 다 모아다 올리는 명언홀릭 같다. 내가 보기엔 스스로를 이해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중요한 건 그래서 자유롭다. 스레드의 기본 언어는 반말이다. 이 부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존댓말이 없으니 모두가 평등하게 느껴진다. 물론, 반말을 해야만 한다는 규칙은 없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 나는 초반 몇 번의 글을 빼고는 반말로 소통을 한다. '안녕, 반가워.' '그림 좋다.' '좋은 하루 보내.' 처음 만나는 첫인사이다.  


나의 스레드에는 무게가 없다. 팔로우를 늘려보고자 하는 수작질도 없다. 그저 가끔 생각나면 툭툭 올린다. 혼자 쓰는 메모장 같기도 하다.


가령, 오늘 아침에 올린 글은 이렇다. 


'좋은 아침이야.

사랑 넘치는 오늘이 되길 바래'


하루 전에 올린 글도 별 다를 바가 없다.


'님들 좋은 아침~

오늘도 나는 공차로 하루를 시작해

오랜만에 쇼스타코비치 듣는 중.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열자.'


그래서 스레드를 하다 보면 조언의 글을 적는 사람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이 있으면 선생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꼰대냄새도 나쁘지 않다.


생각을 단순하게 털어내는 일도 글을 쓰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스레드는 안성맞춤 나의 세컨드하우스가 되어 가고 있다. 일러스트도 생각나면 인스타와 같이 올리고 아니면 그만이다. 나의 글을 한 번쯤 더 올려보기도 한다. 잘라 올린 글에도 서평 남기듯 평을 남겨주는 고마운 독자가 있다. 나는 그것을 혼자 스평이라고 부른다. 즐겁게 적응 중이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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