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가장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기다리다 소멸한다.
이 문장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어느 날 무심코 메모하듯 적어두었던, 나의 두 번째 수필집 『신문지에 싸인 꽃다발』에서 발췌했다.
아버지는 내가 그의 품을 벗어난 이후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재촉한 적이 없다.
병약한 딸에게 마음껏 해주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정작 당신 마음속의 미안함이 들킬까 봐
“필요한 게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셨던 분이다.
나는 그 사랑의 귀함을 오랫동안 몰랐다.
나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딸 노릇 한 번 하지 못했다는 걸.
아버지의 부어오른 얼굴 위로 얇은 흰 면 이불이 덮이고,
당신 손의 마지막 온기가 내 손에 맥없이 내려앉은 그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더 이상 나를 안아줄 대상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더 이상, 내 삶을 자신의 삶처럼 다 떠안고
다치지 않게 받쳐줄 사람이 없다는 걸.
외면하고 살다가 피로할 때만 찾아가
아무렇지 않게 요구해도 되는 사랑이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여전히 이기적이다.
여름이 되면, 떠나간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단단한 나무 밑동처럼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는 대상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하염없이 슬프고 아프다.
매년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마주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하는 건, 그리움이 아니라 외로움 때문이다.
가장 깊은 외로움은,
더는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