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P.158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책만 읽는 사람은 위험하다.
활자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면, 경험보다 해석이 앞서기 쉽다.
책에 깊이 파묻힌 사람을 보면, 때로는 갑갑해 보인다.
조용히 몰입한 듯하지만, 세상과 단절된 채 작은 활자 속에만 갇혀 있는 모습이랄까.
어쩌면 편협해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어떤 종류의 중독이든 이미 빠져버리면 객관성을 잃기 쉽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어릴 적 나는 책 읽기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그때 읽은 책들의 내용은 물론이고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어느 집에나 있었을 법한 위인전집이 서가에 꽂혀 있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좋은 책 속에 빠지기를 권한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책은 때로 즐거운 상상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 사이에서 막혀 있던 삶의 귀퉁이를 조용히 잘라
새로운 바람을 들이게 한다는 점이다.
대개 책 한 권이 세계를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읽기 전과는 분명 다르다.
세상은 그대로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진다.
문장 하나가 혜안이 되기도 한다.
하늘을 바다로 보게 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과 사회 현상을
조금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책에 순응해서는 안 되지만,
결국 책은 책 속에서 끝나지 않고
책 밖의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책의 내용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은
책 속이 아니라,
언제나 책 바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