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 무서워 죽을 뻔했다. 우리는 무모하고 생각이 없었다. 그것만이 파란만장한 시대에도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P.150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소설 『체리토마토파이』의 이 문장은, 주인공 잔이 스무 살도 안 되었던 파리의 전시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군용 트럭에 타고 있던 독일군 병사들이 자신에게 고함을 질렀던 순간을 담고 있다. 글이란 정말 신기하다. 나는 이 문장에서 또다시 동떨어진 생각을 끄집어낸다.
내가 나보다 더 믿었던 사람이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했던 시절, 나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믿음이 와르르 무너져 바닥에 처박히는 듯한 그 시간, 그 폐허 속에 남겨질 것 같은 나 자신이 두려웠다. 그때의 배신감과 들끓는 분노, 치욕감은 매 분, 매 시간, 매일을 잠식했다. 죽을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누군가 손가락을 튕겨 불을 켜듯, 머릿속에는 번뜩이며 그 반갑지 않은 감정들이 몰려와서 우글거렸다.
그 감정들은 뱀처럼 기어 다리를 오그라들게 했고, 팔뚝을 긁어대 피가 맺히게 했으며, 가슴팍에 정을 박아 마지막 숨조차 끊으려 했다. 나는 그 순간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가끔, 아니 자주 ‘으악’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배신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억울함은 아무리 퍼내도 더 끌어 올랐다.
붉게 타오르는 감정들 중 어느 하나도 내려놓지 못했다. 시간만 나면 떠올리고, 고민하고, 어떻게 복수할 수 있을까 방법을 고심했다. 이미 이성과 따뜻했던 감성은 사라지고 나는 지옥에 있었다. 유황불 속을 맨발로 딛고 서서 끊임없이 살이 내 몸에서 발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뼈만 앙상하게 남아갔다.
그렇게 몇 달, 몇 해가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온몸으로 고통을 끌어안았고, 세상이 내게 등을 돌린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말하지만, 그 시간의 흐름조차도 견딜 수 없어 애써 붙잡으려 하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놓아주지 못하고, 내 안에 남은 분노와 슬픔을 곱씹으며 더 많은 시간과 삶을 낭비하고 손해보면서.
지나고 나서야 생각한다. 그때 내가 더 마음을 내려 놓았다면, 나는 좀 더 웃으면서 쉽게 살아냈겠구나. 아무것도 아니다. 다 지나간다. 지나가면 살아진다. 나를 다독이며 좀 더 빨리 잊고 살 수 있었겠구나.
사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는 이성도, 논리도, 위로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럴 때는 그냥 생각 없이, 아무 의미도 두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내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무모하게, 그리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 평생 그런 치욕은 없었어.’라고 화내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꼭 말해주고 싶다. 그 치욕조차도 거짓말처럼 지나간다고. 지금 욕 한 번 거칠게 뱉어버리고, 다음 생을 사세요. 때로는 생각 없이, 그냥 흘려보내는 것. 그것만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될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