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역할

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by 보나쓰
누구 하고도 신체가 닿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말은 타인과 나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연결이다. P.71 '외로운 도시' 올리비아 랭

고독해질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의 일부는 ‘말’이다.

누군가와 멀어질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도 ‘말’이다.
가까운 사람과 나란히 있을 때만큼 쉴 새 없이 오가는 것도, 결국 ‘말’이다.


어떤 때는, 대화하기에도 지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하지만, 우리는 말 한마디로 외로움과 외로움을 잇는다.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면, 어느 날은 계단에 엎드리다시피 허리를 굽힌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고 계신다. 내가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꽁지머리를 질끈 묶은 아주머니의 고된 뒤통수다. 나는 그 등 뒤에다 대고 인사를 할 수는 없어서, 잠시 멈춰 선다. 아주머니가 허리를 펴고 내 눈을 바라볼 때까지, 그 짧은 기다림이 있은 뒤에야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 순간에 벽처럼 느껴지던 침묵은 깨지고, 우리 두 사람의 고독이 부서진다.


그렇게 보면, 나는 의외로 많은 시간을 고독하고 타인과 연결이 끊어져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나는 타인과 나 사이에 진짜 친밀감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쩌면 고독이라는 감정을 서로 인정하고 이해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누군가가 한숨을 쉬는 모습,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책 읽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나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만약 그 무언의 모습들이 대화라면 내가 쉬지 않고 종알대는 모습이 떠올려도 좋다.


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실제로 연결되는 어떤 계기나 사건, 물건 같은 접점이 꼭 필요하다. 그런 계기나 매개체가 있어야 비로소 친밀함이 생기고, ‘가깝다’는 감정도 싹튼다. 나의 외로움을 깨뜨리고 타인에게 닿게 할 수 있는 작은 점, 작은 연결, 그것을 랭은 ‘말’이라고 했다.


갓 구운 빵을 사러 베이커리에 들러 사장님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산책길에서 만난 강아지 주인에게 “만져도 되나요? 너무 예뻐서요.”라며 슬며시 건네는 말.


그러고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스킨십이 어쩐지 멀게 느껴지는 날에는, 다정한 한마디를 먼저 건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 한 마디에서 두 마디, 그 두 마디에서 여러 마디가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레 그 품에 안기고 싶어 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말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용히 놓이는 다리이다. 그 다리를 건너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혼자가 아니게 된다는 걸 이해하면 평소에도 좀 더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친절한 언어로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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