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재미없나요?
얼마 전, 산책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후드득 쏟아졌다. 건물 지붕 끝자락 아래로 뛰어들었다. 하늘은 흰 틈 없이 더 어두워져, 침묵하듯 잿빛과 청회색빛이 뒤섞여 번져가고 있었다. 곧 그칠 것 같던 비는 멈추지 않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빗줄기는 더 세져 이내 앞을 가릴 정도로 퍼부었다. 옷깃을 타고, 목 뒤를 타고, 발끝까지 스며들어 온몸을 순식간에 적셨다. 체념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비를 즐기고 있었다. 거센 빗줄기가 툭툭 몸에 부딪치는 느낌이 감각을 깨웠다.
몇 월이었던가. 도쿄에 머문 지 사흘째 되던 날, 사정없이 비가 퍼부었다. 나는 진보초 서점가를 걷고 있었다. 도쿄메트로 진보초역 근처, 150개 이상의 서점이 모여 있는 곳.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만화까지 장르도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점이 많은 거리다. 오래된 나무 선반과 바랜 책들, 연륜이 묻은 간판과 좁은 골목길이 레트로한 정서를 풍겼다. 카페와 출판사가 섞여 있어 문학적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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