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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짜이 마시기

인도 짜이의 진수

내가 인도에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둘로 갈라졌다. 차를 좋아하고, 차를 배웠던 친구들, 혹은 차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나를 부러워했고, 일반적인 친구들은 다들 나를 불쌍해했다. 하지만 난 정말이지 너무 너무 행복했다. 드디어 인도에 갈 수 있어서! 인도에 가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일도 있었다. 바로 인도인들처럼 길거리 짜이 마시기!


첸나이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우리집 기사 하자에게 말했다. 

"나 짜이 마시러 가고 싶어"(콧수염 때문에 나이가 있어 보이지만, 이래봬도 내가 훨씬 나이가 많다)

그가 오케이라고 대답하고 자신 있게 안내한 곳은 제법 으리으리하고 유럽 분위기가 나는 카페였다. 마담, 여기 들어가서 짜이 마시면 돼, 라고 말하는 하자에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여기가 아니야. 길에서 마시는 짜이 있잖아. 길에서 파는 짜이, 너도 짜이 마시지?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마시는 그 길거리 짜이를 말하는 거냐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안내한다. 한 잔에 8루피(약 150원)짜리 짜이. 

차를 진하게 우려낸 후에 바글바글 끓인 우유와 설탕을 듬뿍 더해 만든,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의 짜이 말이다.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까지 나와 우리집 기사 하자는 이날의 에피소드를 곱씹곤 했다. 한 잔에 8루피 하던 짜이도,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엔 10루피로 올랐고, 길거리 짜이를 꺼려하던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제법 짜이 한 잔의 즐거움을 즐기기도 했다. 4년간, 우리집 기사와 나는 변함없는 짜이 메이트였다. 가끔은, 자기가 사겠다며 수줍게 짜이 한 잔과 내가 좋아하는 무르끄(하이데라바드에서 만들기 시작한 인도 과자의 한 형태)를 건네기도 했다. 나에겐 작은 돈이었지만, 한 달 꼬박 일해 30만원으로 다섯 가족이 살던 그에게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님을 알았기에, 지금까지도 그 마음은 늘 감사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집에서 아무리 짜이를 만들어먹어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첸나이의 더운 공기,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와 차를 있는 힘껏 따라 거품을 만드는, 티마스터의 묘기까지. 그 모든것이 결핍된 짜이는, 진정한 짜이의 맛이 아니다. 그래서 한 번씩 무척 그립다. 인도의 그 짜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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