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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바다로!

인도인의 생명, 바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물이다. 강과 바다는 인간의 젖줄기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것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인도인들만큼 물을 좋아하고 숭배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강과 바다는 신이요, 삶이요, 그리고 죽음이다.


인도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해도 각종 매체를 통해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풍경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시신을 태우고, 떠내려가는 시신과 함께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또 그곳에서 빨래를 하는 진귀한 장면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그곳 물은, 신과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된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그렇게 강으로, 바다로 향한다. 마치 그곳에서 태어난 것처럼.


첸나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해변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마리나 비치. 이름은 제법 그럴싸한 마리나 비치는 처음 갔을 때는, 해변에 가득한 쓰레기와 근처의 빈민촌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마리나 비치를 찾으러 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나름 명소가 되어가자, 첸나이 정부에서는 빈민촌을 싹 갈아엎고 그들을 위한 아파트를 지어줬다. 그리고 외국인들과 인도 자국민들이 자원봉사로 마리나 비치 청소를 위해 앞장서서 지금은 꽤나 깨끗한 모래사장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첸나이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금, 혹은 주말 가족 나들이는 무조건 바다다. 마리나비치부터 아래로 쭈욱 내려와 ECR(이스트 코스트 로드)까지. 수많은 크고 작은 해변가들이 첸나이 시민들의 목을 축인다.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는 띠루반미유르 비치와 베산트 나가르 비치, 그리고 ECR의 비치들이 있었는데, 베산트 나가르 비치는 워낙에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장소라, 저녁에 나가면 수많은 인파에 휩싸이곤 한다. 


해가 지고 기온이 그나마 떨어지면, 비치 근처에는 크고 작은 매대들이 문을 연다. 슬금슬금 걸어나오는 사람들을 위한 상점들. 아이들을 노린 장난감부터, 손으로 돌리는 놀이기구들, 앵무새가 봐주는 재미있는 점을 볼 수 있는 낄리조쉬엠(타밀어로 앵무새 점이라는 뜻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바나나 튀김과 고추 튀김을 먹을 수 있는 바지 상점, 회오리 감자 튀김이며 팝콘, 아이스크림과 같은 다양한 음식을 파는 상점들이 불빛을 반짝인다. 그뿐 아니라, 총으로 풍선을 쏴서 맞추면 상품을 주거나, 공을 던져 쌓아놓은 컵을 무너뜨리면 상품을 주는 다양한 오락거리들도 가득하다. 


마치 우리도 인도 사람들이 된 것처럼, 아이들과 큰 수건을 하나 달랑 들고 바다로 나가곤 했다. 깜깜한 바다는 더러운 줄도 모른다. 파도 소리에 소리를 지르며 바다로 뛰어들고 도망가기를 반복하다가 나오는 길에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씩 들고 행복한 웃음을 가득 짓는다. 인류의 물줄기, 바다. 바다를 가까이서 매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첸나이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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