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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와 편의점이 없다?!

아날로그 생활

인도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를 손꼽으라면, 전기도 물도, 사람도 아닌 장보기였다.


인도에는 편의점이 없다. 마트도 없다. 그나마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는 많은 작은 마트들이 생기고 곳곳에 대형 마트라고 불릴 만한 곳들도 자리를 잡아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장보러 가는 건 큰 행사였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한 군데서 도저히 해결되지 않아서 날을 잡고 해야만 했던 장보기. 귀한 깻잎이나 취나물과 같은 한국 식재료를 구하려면 야채가 들어오는 날을 기다려 사러 가야 했고, 채소가 좋으면 과일이 엉망이고, 과일이 좋으면 채소가 좋은 샵들을 다니며 그나마 좋은 재료들을 찾으러 다녀야만 했다. 어디 망고가 좋더라, 어디 과일이 좋더라라는 정보는 귀를 쫑긋하며 알아두어야 할 필수 정보였고, 수입 식품들을 다루는 숍이나 유기농 숍에서는 들어오는 물건의 시간을 맞춰 기다리기도 했다. 


하루 종일 장을 보고 돌아오면 시들어버린 채소와 과일을 손질해서 보관하는 것도 일이다. 물 사정이 워낙 좋지 않으니 수돗물로 대강 묻은 흙을 털어내고, 정수된 물로 다시 한 번 깨끗하게 닦아 보관하는 것. 수돗물이 워낙 더럽다 보니, 수돗물로만 닦을 경우 예민한 사람들은 탈이 나기도 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도 좋지 않은 것들이 쌓이면 어찌될지 모르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학 중에 한국에 잠시 들어오면, 아이들도 나도 열광하는 것이 바로 편의점과 대형 마트다. 한 군데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이런 천국 같은 곳이 있다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에 감사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인도 생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도 덕분에, 늘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음이, 인도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보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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