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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행렬

축제인가, 장례식인가

"빵! 빵!"


커다란 폭죽 소리가 터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꽃을 던진다. 처음에는 근처 템플의 축제이겠거니 싶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옆에 있던 인도 친구가 말린다. 장례 행렬이란다.


인도 생활 중에서 참으로 신기했던 것 중의 하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곡을 하고 눈물을 훔치고 한없이 슬퍼하는 우리네 장례식과 달리, 이들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온갖 춤과 노래를 곁들이고, 더 나은 생으로 환생하길 바라며, 혹은 극락왕생을 하길 바라며, 꽃을 던지고 폭죽을 터트린다.


관에 따로 뚜껑을 덮지 않고, 시신을 그대로 노출한 채로 장례 행렬을 하는 것도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싶으면, 혹시나 시신을 마주할까 눈을 돌리곤 했다. 그래도 경쾌한 음악과 춤은 왠지 마음에 든다. 마냥 슬퍼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해야 할 이별, 기분 좋게 보내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생을 믿는 나라여서 그런지, 또 다른 모습을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냈지만, 현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면,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막연한 생각을 해보았다.


장례 행렬을 마주치는 날은, 안 그래도 좁아터진 첸나이 도로가 교통 체증에 단단히 걸리게 된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약속 시간에 늦은 나만 혼자서 투덜거릴 뿐이다. 경적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난 이가 편안하고 즐겁게 떠날 수 있도록 이 바쁜 첸나이 도심에서도, 천천히 기다려준다. 장례 행렬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다 걸어갈 때까지. 화사하게 뿌려놓은 꽃잎들을 즈려 밟으며 말이다.


지금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도에서 지낸 4년은 마치 10년과도 같았던 듯싶다. 물론 4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때는, 세월이 쏜살같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매 순간, 매 시간을 놓치지 않고 꼭 채워 살았던 듯싶다. 그래서 더 많은 기억들이, 더 많은 추억들이 남아 있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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