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작은 공원, 템플
인도, 첸나이에 살기 시작하면서 여유 시간에 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가 동네 답사였다. 뜨거운 태양과 오토바이 먼지, 길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소와 개들 때문에 산책이란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아이들이 없는 홀홀단신이 되면 동네 탐색을 다니곤 했다. 처음 동네 산책을 갔을 때 정말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수많은 템플이었다. 집 주변에 무슨 템플이 이리도 많은지! 힌두교에 워낙에 신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각각의 신을 모시는 템플이 이렇게 근거리에 다량으로 위치할 줄은 미처 몰랐다.
가네샤 템플, 무루간 템플, 시바 템플, 또 다른 가네샤 템플, 또 다른 시바 템플, 칼리 템플, 암만 템플.......집 근처에 가네샤 템플만 3개가 있었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가네샤 템플이 두 개 자리잡고 있었는데, 한 군데는 거대한 나무가 자리잡은 곳을 템플로 만들어서, 나무를 둘러싼 템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다른 가네샤 템플에서는 꽤 자주 템플 행사를 했는데, 한번은 행사 구경을 하러 갔더니, 춤사위를 하던 인도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오빤 강남 스타일’을 외치고 가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도 있다.
우리집 근처에서 가장 큰 템플은 시바신을 보시는 템플이었는데(시바라는 발음이 참 그렇지만, 힌두교를 대표하는 3대 신 중의 하나이다. 파괴의 신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 남인도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신 중의 하나이다) 축제 기간 중에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산인해의 끝을 보고 돌아왔다. 시바신상에 한 번이라도 손이 닿고 싶어서, 템플 사제가 주는 축복을 받고 싶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인도 신자들의 모습이 아련하기까지 했다.
집 근처에 쉽게 산책할 만한 공원이 많지 않은 첸나이이다 보니, 나는 종종 템플 나들이를 가곤 했다. 템플은 언제나 정숙한 곳이다 보니 조용하고 평화로웠고, 맨발로 흙을 밟는 기분이 꽤 좋았다. 갖가지 새소리와 바람, 은은한 향 냄새와 푸자를 시작하는 종소리까지 모든 게 완벽한 곳이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걷고 싶을 때면 작은 템플을 몇 바퀴씩 돌며 마음을 정리하곤 했다.
걸어서 1분 거리, 3분 거리, 5분 거리마다 템플이 있던 첸나이의 우리 동네가 그립다. 정성껏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초에 불을 켜던, 믿음이 가득한 그네들의 모습도 그립다.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고 여러모로 마음이 동하는 그 장면들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기도를 올리고 신을 찾는데 시간을 쏟으며 마음을 바치는 그들의 일상은, 지켜보던 나의 인도 생활에 큰 변화와 여유를 선사해주곤 했던 것 같다.
그곳이 그리울 때마다, 그곳의 장면이 눈에 아른거릴 때마다 그림을 한 점 그린다. 인도 신이나 인도의 생활을 담은 인도 민화를 그리면서 그때의 그 감정과, 여유를 찾아보고자 노력한다. 잠시나마 그곳의 공기가 느껴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은 자주 가던 템플의 그림을 한번 그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