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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과일의 천국

망고 종류가 이렇게 다양할 줄이야!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인도, 첸나이는 천국과도 같았다.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각종 다양한 열대 과일이 가득한데다가,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저렴했기 때문이다. 감자처럼 생겨서 처음엔 과일인 줄도 몰랐던 달콤한 감과 무화과 사이의 과일은 치쿠부터, 무화과, 드래곤프룻, 코코넛, 이름도 다양한 종류의 오렌지들, 패션프룻, 빨간 바나나, 리치, 드래곤 아이... 물론 그 중의 으뜸은 다름아닌 망고였다.


4월부터 6월까지는 남인도 첸나이의 "죽도록 더운 여름" 시즌이다. 남인도의 사계절은 여름, 조금 더운 여름, 많이 더운 여름, 그리고 죽도록 더운 여름으로 나누어진다. 한겨울에는 자그마치 아침 온도가27도까지 떨어져 무척이나 상쾌하다.(27도에 첸나이 사람들은 패딩에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까지 두른다. 정말 그렇다. 쇼핑몰에 가면 겨울옷이 즐비하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는데 살다 보니 나도 더위에 적응이 되어서 27도가 되면 가디건을 찾아 걸치곤 했다. 사람의 적응력은 정말 놀랍다.) 이 죽도록 더운 여름 시즌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망고"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수십 종의 망고가 있다는 건, 첸나이에서 처음 알았다. 방가나팔리, 히마파산, 알폰소, 자와띠.... 이름도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맛과 식감과 크기의 망고가 이 시즌이 되면 마트에 한가득이다. 처음엔 다양한 종류를 다 맛보지만, 결국 한두 가지 취향에 정착해서 여름 시즌 내내 미친듯이 망고를 사먹는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망고 농장이나 도매 시장에서 망고를 잔뜩 사와서, 빨래 건조대에 모기장을 깔고 망고를 얇게 썰어 얹은 후, 팬을 꼬박 하루나 이틀 정도 돌려서 꾸덕하게 말린다. 취향에 맞게 몰캉하게 혹은 조금 단단하게 말린 망고는 냉동고에 보관하고 두고두고 먹는다. 혹은 망고를 통채로 냉동고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아이스 망고로 즐기기도 한다. 인도 망고가 세계 최고라는 건, 첸나이에 와서야 알았다. 태국이나 필리핀 망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 정말 그렇다.


망고 시즌이 되기 직전에 한 달 정도 잠시 나오는 "능구"라는 과일이 있다. 영어 이름은 모르겠고, 타밀어로 능구라고 하는데, 호기심이 많은 나는 길에서 낫으로 과일을 절단하고 파내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당장에 사먹어 보았다. 능구는 하나의 열매에 코코팜 젤리 같은 덩어리가 몇 개씩 들어 있는데, 코코넛처럼 밍밍한 맛이지만 시원하게 보관해두었다가 먹으면 달콤하고 맑은 물이 톡 터지는 그 식감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 이런 과일을 어디에서 먹어보겠나!


귤이나 사과, 감이나 딸기 등, 한국과 비교했을 때 맛이 덜한 과일들도 물론 있기에, 역시 과일은 한국이 최고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비교와 불만은 잠시 접어두고 그곳에 있는 동안은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만끽해보길 바란다. 덕분에 열대과일은 원 없이 먹고 돌아왔으니까.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감사하고 누리자. 행복의 온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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