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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 - 티루파티

빌라 주차장 옆 작은 방에 4가족이 모여 살던 경비원 지에탄과 우리집 살림살이를 맡아주었던 메이드 칼라이는, 매년 티루파티에 다녀오면 나를 찾아왔다. 내가 인도 문화를 즐기고, 받아들이고, 템플 여행을 즐긴다는 사실을 잘 알던 그들은, 나에게 매번 주먹만큼 크고 단단한 티루파티 라두(laddu)와 갖가지 달다구리들, 그리고 아마도 신부님의 축성을 받은 묵주와 같은 의미일, 축복을 받은 빨간 실을 함께 갖다 주곤 했다. 빡빡 밀어버린 머리와 함께 말이다.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주에 있는 티루파티의 티루말라 산꼭대기에 위치한 거대한 힌두교 사원 벵카테스와라 템플(Venkateswara Temple)은 비쉬누의 화신인 벵카테스와라 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해마다 수많은 힌두교인들이 이곳을 방문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템플로도 유명하다. 템플이 위치한 산에 오르기 전에 차 한 대, 한 대를 모두 세워 알코올과 마약, 담배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샅샅이 뒤진다. 신성한 장소를 더럽힐 수 없다는 이들의 의지가 보인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는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다양한 원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모습이, 산을 올라갈수록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템플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넓고 방대한 이곳을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마에 힌두교 표식을 받고 기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이제 템플은 놀이터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들보다 조금 더 하얀 우리 아이들은, 어딜 가나 환대를 받는다. 하도 이름을 묻고 사진을 찍자고 하자, 작은 아이는 그 조그만 입을 삐죽거리며 '노 네임, 노 포토'를 외치며 다다다다 도망을 가곤 한다. 그러면 또 그런 모습이 귀엽다며 하하 웃는 인도인들과 함께 나는 웃는다. 


이곳 템플을 방문한 힌두교인들은 보통 남자건, 여자건, 아이이건 상관없이 머리를 깍으며 고행하는 신성한 마음으로 기도와 다짐을 바친다. 매년 이곳에서 걷어진 머리카락을 가발 경매에 내어 매년 큰 돈을 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티루파티 라두는 신의 축복, 그 결정체와도 같다. 경비원과 메이드에게 전해줄 라두와 기념품을 몇 개 사들고 산을 내려왔다.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를 만끽하면서.


티루파티에서 가볼 만한 템플이 또 하나 있다. 나는 인도 여행을 다니면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 템플 구경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인데, 유명한 큰 템플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마음이 잔잔해지는 평화로움을 느끼곤 한다. 티루파티에 있던 시바 템플은 생각보다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고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신성한 워터탱크가 있는 사원이었다. 어차피 맨발로 들어간 사원인지라, 발을 슬쩍 물에 담가보았다. 더위가 싹 가실 만큼 시원했다. 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들도 바지를 걷고 물속에 발을 담그며 좋아한다. 경건한 푸자 의식을 조용히 지켜보며, 종교가 아닌, 문화로 다가가는 힌두교는 우리 모두에게 다양한 경험과 영감과 감정을 선사해준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인인 나의 손에서, 티루파티 템플의 라두를 받아들었을 때 아이처럼 좋아하던 칼라이와 지에탄의 기쁨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카르마로 매년 나에게 돌아왔다. 매년 그들에게 받았던 티루파티의 라두는, 인도에서의 나의 일상 속에 큰 축복을 내려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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