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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 - 예르카두

첸나이에는 산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맑고 상쾌한 공기를 느끼기 위해, 산이 있는 곳을 종종 찾게 된다. 첸나이에서 차로 대여섯 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예르카두는, 인도에 살면서 두 번 다녀왔던 곳인데, 조용한 산자락의 시원한 공기가 참 좋았던 곳이다.


첫 번째로 예르카두를 찾았을 때는 디왈리 시즌이었다. 빛의 축제인 디왈리 시즌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불꽃놀이 세트를 판해하는데, 디왈리 내내 터지는 불꽃놀이의 소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도를 떠나는 외국인들도 있다. 이날 우리는 불꽃놀이 세트를 차에 싣고 예르카두로 여행을 떠났다.


예르카두에서는 레저 활동과 수영장, 전망대와 아유르베다 마사지 등 휴양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제법 저렴한 가격의 리조트라던지, 클래식한 분위기를 그대로 갖추고 있는 깨끗하고 멋스러운 오래된 호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고급 서비스와 시설을 기대하면 안 되지만 말이다.


예르카두는 큰 도시가 아닌 만큼, 걸어서 돌아다니기 참 좋은 곳이다. 간만에 콧속이 뻥뻥 뚫리는 듯한 시원하다 못해 추운 날씨에, 옷을 껴입고 호텔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보트하우스와 사슴 동물원과 같은 작은 시설들이 제법 알차게 자리를 잡고 있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았다. 사슴은 전혀 보지 못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꽤 많이 마주쳤던 사슴 동물원을 한 바퀴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웃음소리와, 호 불면 김이 나오는 찬 공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보트하우스에서는 스피드를 즐기는 딸의 주장으로 스피드 보트를 탔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누나와 달리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만 3세짜리 우리 아들은 결국 보트 안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디왈리 여행의 마무리는 뭐니 뭐니 해도 불꽃놀이가 아니겠는가. 함께 간 친구네 가족들, 기사들과 함께 호텔 앞마당에서 폭죽에 불꽃을 붙이며 신이 난 아이들과 한껏 즐기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인도인 의사가, 기사와 한 공간에 있는 게 불편하다며 우리에게 컴플레인을 했다. 카스트제도는 없어졌지만, 뿌리 깊게 박힌 그 계급 의식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기사들을 가리키며 저들은 인간이 아니라면서, 자기는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불가촉천민'인 우리 외국인들은 조용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사 맞대응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땅에서 우리의 논리를 펼친들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이다 보니, 조금 더 조심스러워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선이 악을 누르고 승리했다는 디왈리 축제,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불꽃놀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인도에서 사는 내내 의문의 꼬리를 지울 수 없었던 이들의 계급 사회. 예르카두에서 느꼈던 시원한 공기처럼 마음이 뻥 뚫리는 답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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