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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거북이 부화

매년 4월이 되면 첸나이 바닷가의 저녁이 복작거린다. 가족들, 친구들, 아이들이 바닷가 모래사장에 둘러앉아 무언가를 기다린다.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잔뜩 기대된 얼굴로, 상기된 표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환하게 웃는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로, 아기 바다거북이다. 4월은 첸나이의 바다거북이 부화 시즌이기 때문이다. 


첸나이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마리나 비치가 있는 인도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이다. 마리나 비치부터 남쪽으로 베산트 나가르 비치, 팔라바 비치 등 제법 긴 해안을 자랑하는 만큼, 바다거북이가 부화되는 곳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부화한 아기 거북이들이 달빛보다 화려한 바닷가의 조명을 따라 거꾸로 이동하는 바람에, 천적인 새들에게 잡아 먹히고, 바다를 찾지 못해 피어나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거북 부화 시즌이 되면 단체에서 나와 거북이들의 바닷가 행진을 돕는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이들은 자신들의 사명과 임무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고 알리며, 바다거북이 부화 장면을 공개한다.


이들은 바다거북이가 알을 낳은 곳을 임시 거처처럼 지붕을 만들어 보호한다. 급격히 줄어든 바다거북이를 살리기 위함이다. 사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다소 흉물스럽기까지 했던 그 건물이 늘 의아했는데, 자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니, 새삼 다르게 보였다. 알에서 깨어나 허우적대는 작은 거북이 새끼들은 생명의 위대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있는 힘을 다해 아장아장 바닷가를 향해 기어간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북이들도 있었고, 애초에 방향을 잡지 못해 반대로 기어가는 거북이들도 있었다. 반대로 기어가는 거북이들은 바다 방향으로 돌려주곤 했지만, 도태되어 기어가지 못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거북이들은 일부러 도와주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 셈이니까.


고작 만 3세, 7세였던 우리 아이들도, 자연의 경이로움이 마냥 신기한지 박수를 치며 거북이들을 응원도 해주고, 나아가지 못하는 거북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위대함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지금까지도 바다에 놀러 가면, 아이들은 이때의 경험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바다로 돌아간 아기 거북이들은 지금쯤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겠지?' 하는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나도 가끔 궁금하다. 있는 힘을 다해 기어가던 그 아기 거북이들은, 지금쯤 어디를 흘러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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