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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 - 타랑감바디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가장 매력적인 일 중의 하나는 그 나라 사람 집에 초대를 받는 일이다. 인도에 자그마치 4년을 머물었던 나였기에, 워낙에 초대를 좋아하는 인도인들이었기에, 그런 일은 꽤 자주 내게 일어났다.


첸나이에서 사는 동안 둘째 아들의 덕을 참 많이 보았다. 둘째는 바로 아메리칸 스쿨에 입학했던 큰 아이와 달리, 2년 반을 인더스 스쿨이라는 인도 내 인터내셔널 유치원에 다녔다. 인도 문화에 워낙 호기심이 많았던 나인지라, 유치원 행사가 있으면 언제든 적극 참여하면서 제법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산층의 인도인들이 다니던 유치원인 만큼 외국인들에게 호의적이어서, 아들도 나도, 선생님들을 포함해 학부모였던 인도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었다.


인더스 스쿨 선생님 중의 한 명이었던 마르티네스는(인도 사람이지만 세례를 받아 세례명을 이름으로 사용했다) 타랑감바디에 있는 친정엄마의 집에 나를 기꺼이 초대했다. 타랑감바디는 첸나이에서 더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덴마크의 식민지였던 곳이다. 덴마크 요새 박물관이 유명하기도 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루터교 교회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쁜 인디안 로즈가 가득 피어 있는 아담한 마당부터, 마르티네스 엄마의 집은 사랑스러웠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정겨운 집. 먼 길을 달려온 우리에게 내어준 시원한 과일 주스와, 부끄러운 얼굴로 얼굴로 맞이해주는 아이들도 반가웠다.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는 힘은, 인도 생활에서 얻은 보물 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아기자기한 살림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 새 테이블 위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그야말로 인도 가정식! 바삭바삭한 아빠람과 아이들을 위해 가볍게 양념된 마살라 치킨, 구드 달과 각종 반찬들도 얼마나 맛있던지. 인더스 생활 덕분에 얻게 된 기술로, 아들은 손으로 찹찹 밥을 잘도 먹는다. 나 역시 인도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언제나 오른손을 사용한다. 손으로 밥을 먹는 나의 모습에, 흐뭇해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게 참 좋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직, 인도다운 인도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꽤 자주, 이날의 인도 가정식 만찬이 생각나곤 한다. 코끝에서 인도 향신료의 향기가 아른거린다. 그립다,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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