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인도 여행 - 쿠누르

가끔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이 제법 선선해지는 가을이 찾아와 그런지. 이런 허한 마음을 달래러 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인도 여행을 했다. 여러 번 찾아가 익숙한 닐기리, 그 중에서도 쿠누르에 자리잡은 마음에 드는 리조트를 하나 예약했다. 산속에 위치한 리조트인 만큼 자연 속에 조용히 둘러싸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리조트가 자리 잡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산길 내내 나무들을 보며 벌써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다. 와이파이와 핸드폰이 전혀 터지지 않는다는 불편함조차도 큰 즐거움이 되어주었던 이곳은 곳곳을 산책하며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사람 머리보다 훨씬 큰 잭프룻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는,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베란다에서도, 욕조에서도, 눈앞에 보이는 건 초록빛의 나무들 뿐. 힐링이었다. 몇 개씩 주문해서 흡입해버린 짜빠띠도 훌륭했고, 온 사방을 뛰어다닐 수 있었던 산책로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모험과 같았다. 아이들은 집라인과 나무타기 같은 숲속 액티비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산책하다 지치면 울창한 숲속 길가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숨을 돌리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이 시간을 만끽했다.


아이들이 자쿠지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동안, 베란다에 앉아 짜이 한 잔을 마시며 들고 온 책 몇 권에 고개를 파묻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일년 만에 꽃과 열매가 마주본다고 해서 실화상봉수라 불리는 차나무도 근처 차밭에서 만날 수 있었고, 예쁘게 피어난 차꽃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도 지어 보였다.


땅덩이가 큰 만큼 멋지게 보존되어 있는 울창한 숲과 끝없이 펼쳐지는 차밭과 같은 자연 환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도이다. 날이 더운 남인도는 더더욱 그러하다. 인도에 거주하는 동안 다시 한 번 느낀 건, 아이들에게 자연만한 놀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인도에 살고 있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시원한 공기와 무성한 녹음을 누리러 떠나길 권한다. 인도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인도 여행 - 타랑감바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