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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 가방

첸나이 쇼핑리스트

인도에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중의 하나가 빨대 가방이다. 진짜 빨대로 가방을 만드는 건 아니고, 빨대의 재료가 되는 플라스틱을 엮어서 가방을 만드는 건데, 화사한 원색의 빨대들을 자유자재로 엮어 다양한 색상, 다양한 무늬,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은색이나 금색의 고급 색상의 재료를 이용해 제법 멋스러운 가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은 크기의 빨대 가방은 도시락이나 간식을 담아 들고 다니기에도 좋고, 크고 넉넉한 크기의 빨대 가방은 수영장에 갈 일이 잦은 인도에서 젖은 옷이나 수영복을 담기에도 그만이고 갑작스레 장을 볼 때도 좋아서 집에 한두 개쯤은 다들 구비해두고 있다. 또 화사한 색깔의 여름옷에 빨대 가방 하나만 들어도 나름의 인도 여름 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빨대 가방을 만드는 일은 일자리가 없거나 갈 곳이 없는 여성들에게 일거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좋은 의도로 시작이 되었다. 외국인들이 빨대 가방에 점점 더 열광하면서, 본래의 취지에서 조금 벗어난, 고급 빨대 가방을 다루는 부띠끄 숍들도 생겨났지만, 난 조금 촌스러운 듯한 인도의 색감을 지닌 빨대 가방들이 더 탐났다.


처음 첸나이에서 빨대 가방을 만드는 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원하는 걸 언제든 구입할 수 있었는데, 해가 바뀔수록 내가 원하는 모델을, 원하는 때에 구입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만큼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에서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빨대 가방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로 했다. 엘비 로드에 있는 무엇이든 잡화점 RS 샵에 가면 재료도 쉽게 살 수 있다. 빨대 가방에 나만큼 관심이 많은 일본 친구와 함께 빨대 가방 만들기를 배웠다. 손에 익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인 만큼 쉽지 않았지만, 작은 가방을 하나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이란.


무언가를 직접 손으로 만드는 일에 대한 즐거움에 맛을 들이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물건은 진정한 나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의 에너지를 집중해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시간은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인도 생각이 나면 한 번씩 손으로 꼼질꼼질 빨대 가방을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원색의 재료들이 인도의 색채를 떠오르게 만든다. 여름이 되면 빨대 가방을 들고 인도를 마음껏 추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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